[MT 시평] 노사상생의 지름길

[MT 시평] 노사상생의 지름길

이근덕 기자
2015.07.14 03:59

최근 충남 아산의 한 기업에서 노사간 심한 충돌이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산별노조 지회와 기업노조 간의 노노갈등처럼 비쳤지만 언론의 보도대로 사측이 지난해 말 신규채용한 60명의 사원 중 30명 정도가 경찰과 특전사 그리고 용역회사 출신이고, 이들에 의해 폭력이 행사되었음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히 노사 간의 문제며 그 사업주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6월23일 노사가 합의함으로써 폭력사태는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이후 상당기간 닥쳐올 후유증이 눈에 선하다.

지난날 우리 노사관계를 되돌아보면 노동운동에 대한 사용자의 폭력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뉜다. 그 하나는 경영에 대한 저항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일방적인 탄압이다. 1980년대 말 이전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노동운동의 정체기로 표현되던 시절의 전형적인 행태였지만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법 사각지대에 처한 노동자들의 처지가 그다지 변화가 없는 걸 보면 이는 시기별로 구분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다만 그 해결은 일방의 문제였듯이 가해자의 개선으로 족한 문제다.

하지만 두 번째는 성격이 좀 다르다. 사용자의 폭력이 세력화된 노동조합의 경영권 침해에 대한 대응인 경우가 그것이다. 1990년대 이후 사업장별로 대등해진 또는 역전된 노사 쌍방의 세력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이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언젠가부터 열악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의 신음소리와 함께 노동운동의 편향된 사고와 행동으로 인해 더 이상 경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용자들의 한숨소리가 오버랩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그 개선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그 원인이 일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 작금의 폭력을 불러온 배경이 분명 있을 것이다. 또 그 이전에 그러한 배경이 만들어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 또한 존재할 것이다. 해결은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나는 이 문제를 노와 사에 주어진 ‘권한과 책임’의 문제에서 찾는다. 노사 모두 권한의 행사만 강조하고 책임은 방기함으로써 파탄이 초래되었고, 작금의 폭력사태 역시 그 일련의 과정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경영에 주어진 권한이 ‘재산권’과 ‘사업운영권’이라면 동시에 부담해야 할 책임은 ‘노동에 대한 존중’이다. 경영권만 강조되고 책임이 무시되었던 1980년대 말까지 노동천시, 노동탄압의 행태가 1990년대 이후 어떠한 후유증을 가져왔는지를 돌이켜본다면 노동계 반발의 내막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단시안적이고 무지한 것인지 알아야 한다. 노동계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계에 주어진 권한이 헌법적 권리로서의 ‘견제’라면 동시에 ‘협력’이라는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경영이 노동을 무시한 채 일방독주할 때 견제를 통해 이를 제어하려는 것은 당연한 권리행사겠지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것은 권한행사에 뒤따르는 노동의 책임인 것이다. 그 책임을 무시할 때 노동은 존중받지 못하는 후유증을 겪게 된다.

‘초읽기에 몰리면 원칙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책임을 잊은 권한행사는 불신과 충돌만 야기하고 그것이 되풀이될 뿐이다. 노사가 함께 ‘권한과 책임’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 케케묵은 불신을 털어낼 감동은 만들어진다. 더디지만 그것이 지름길이다. 그리고 그 감동은 노동을 존중하는 ‘경영의 변신’으로부터 가능할 것 같다. 우리의 현실적 조건과 앞선 경험들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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