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부패 사회의 암울한 끝

[MT 시평] 부패 사회의 암울한 끝

정태연 기자
2015.07.28 03:23

세계화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 모두의 삶은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한 국가의 경제활동이나 상태 역시 다른 모든 국가의 그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이런 까닭에 최근 그리스 사태는 비단 유럽연합 회원국뿐만 아니라 나머지 국가들에도 큰 걱정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리스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그후 두 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그리스는 수천억 유로에 이르는 액수를 상환할 수 없는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져 있다.

그러면 왜 그리스는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을까? 그 원인에 대한 갑론을박이 우리나라에서도 한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특권층이 저지르는 부정부패와 그들을 포함한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들의 탈세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 데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 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더 부패한 정도를 나타내는 0점부터 100점까지 부패지수에서 2014년도 그리스는 43점으로 전체 174개국 중 69위에 위치했다. 이는 유럽연합국 중 최하위에 해당하는 점수로 보인다.

이처럼 권력의 부패는 한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치명적 요인이다. 물론 권력을 가진 대부분 사람이 처음부터 위험한 인물은 아니다. 일반인들처럼 그들도 불공평하고 부도덕한 사회를 개선해서 좀 더 올바르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아주 소박하고 도덕적인 의도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그들의 선량한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위임함으로써 권력을 가진 사람이 탄생하게 된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권력을 획득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처음의 방식이 변질되어 바뀐다는 점이다.

여러 경험적 연구는 권력을 가진 다수의 사람이 세상을 권력 중심으로 이해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들은 권력의 달콤한 맛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이 소유한 권력의 정도에 따라 그들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긍정적이고 바람직하게 여긴다. 동시에 그들의 일차적인 관심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것으로 바뀐다. 따라서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정도에 한해 자신에게 권력을 이양한 다수의 일반인을 존중하거나 그들의 뜻을 중시한다. 또한 권력을 위해 필요하거나 도움이 된다면 그들은 부정도 기꺼이 저지를 수 있다.

권력자들의 이러한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권력동기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권력지향적이다. 그러나 권력지향적인 사람을 미리 파악해서 권력의 잠재적 해악을 예방하는 일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높은 권력동기의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그들은 특정 지위에 오르기 전에는 자신의 그러한 특성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지위 그 자체다.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른 적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권력 욕구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권력지향적인 행보를 가속화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필요하고 가능하면 언제든지 부정과 비리를 저지를 수 있다. 건전한 사회를 위해 권력에 대한 균형과 견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도 많은 공적 조직에서 드러나는 부정과 비리로 시끄럽다. 특히 여러 논란에 휩싸인 국가정보원의 불법행위, 무기구매와 관련된 군의 비리행위, 학교장면에서 이루어지는 교사나 교수의 여러 착취행위는 모두 조직이 은막에 가려져 불투명하기 그지없을 뿐더러 지위의 위계적 특성이 매우 공고하다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14년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55점으로 174개국 중 43위에 위치했다. 부패한 사회의 암울한 끝을 생각해볼 때 그리스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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