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생각 다른느낌]한국 경제에 깊숙이 파고든 롯데그룹

롯데의 경영권 분쟁이 세간의 뭇매를 맞고 있다. 대기업의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 유독 롯데가 표적이 되는 것은 많은 국민들의 반롯데 정서가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롯데 대형 유통점의 지역상권 장악으로 롯데에 대한 영세상인들의 원성은 오래전부터 자자한 상태였다. 2014년 한국은행 경제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할인마트 1개가 추가로 진입할 때 소규모 슈퍼마켓, 식료품 소매업체 및 전체 소매업체는 각각 22.03개, 20.10개 및 83.30개 감소하는 걸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국에 걸쳐 있는 롯데의 복합쇼핑몰은 주변 골목상권 및 중소규모 영세업자에게 큰 위협이 됐다.
또한 롯데는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을 위한 선봉장이 되기도 했다. 2004년 롯데쇼핑과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이 공동출자하여 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FRL KOREA)를 설립했다. 현재 유니클로는 롯데의 온라인쇼핑몰과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통해 고속성장을 누리며 2013년 9천 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일본 제품이 한국의 유통망을 통해 국내 시장을 잠식함에 따라 많은 토종 브랜드들이 설자리를 잃었다.
그러던 중 롯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베일에 감춰진 롯데의 치부가 드러나자 반롯데 정서가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확대됐다. 발단은 아주 개인적인 문제에 시작됐다. 아무리 일본에서 자라서 일본어가 익숙하다고는 하지만 소위 한국 5위 재벌총수 자리를 노리는 신동주 회장과 신동빈 전 부회장의 어눌한 한국어는 국민들을 그야말로 '멍'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광윤사와 일본롯데홀딩스를 통한 한국롯데의 지배구조는 롯데가 일본기업인지 한국기업인지 국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바라보면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이런 이유로 금융소비자원, 경실련 같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롯데마트·롯데백화점 불매, 롯데카드 해지 등 롯데제품 불매운동이 제기됐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감와 불매운동을 롯데는 대수롭게 여기고 있지 않을 것이다.
먼저, 과거 갑질 논란으로 휩싸인 남양유업조차 유제품의 대체상품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초기의 불매운동이 흐지부지 끝났던 사례에서 보듯이 불매운동이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시간은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들은 쉽게 잊어 버린다.
게다가 롯데는 지분구조만큼 다양한 거미줄 유통망과 기업을 소유하고 있어 불매운동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 크다. 국민들은 롯데그룹이 한국경제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지 잘 몰라 롯데제품 불매운동을 제기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만만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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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보자. 40대 직장인 A씨는 롯데캐슬 아파트에 살고 있다. A씨는 휴일을 맞아 롯데홈쇼핑에서 주문한 유니클로 옷을 사입고 가족과 함께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본 후 롯데월드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고 롯데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한다. 롯데카드로 결제를 하고 5% 할인을 받는다. 그 후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사먹고 엔제리너스 커피점에 들러 아메리카노 커피를 시켜 마신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씨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하이마트에 들러 대형 TV를 고르고, 롯데마트에 들러 저녁 반찬거리를 산다. 또 집 앞 삼겹살 집에서 처음처럼 소주와 클라우드 맥주를 마시고 입가심으로 세븐일레븐에 들러 롯데 자일리톨껌과 롯데 몽쉘을 산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뒤 TV채널을 돌리다 롯데홈쇼핑에서 롯데JTB 여행사의 중국 장가계 여행 상품을 급히 예약하고 출국전 롯데면세점에 들러 어떤 물건을 구입할까 생각하다 자신의 집인 롯데캐슬 아파트에서 잠자리에 든다.
정말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어렵다. A씨의 경우는 지극히 극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는 롯데그룹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예다.
브랜드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편리하게 구입하게 만드는 게 롯데의 가장 큰 무기이다. 동네 곳곳에 스며든 롯데의 유통망 탓에 다른 선택권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종일 롯데의 매장과 상품을 사용하지 않고 지나치려면 많은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가능하다. 가랑비에 속옷 젖듯 그동안 골목상권까지 파고든 롯데의 위력이 새삼 실감이 난다.
사실 국민들은 어떤 브랜드가 롯데제품인지도 잘 모르고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랜드에 롯데마크를 지우고 독립 브랜드인양 사업하는 경우도 많다. 롯데는 제조업을 가진 저인망식 생활밀착형 유통에 강점이 있다. 사람들은 생활용품을 사거나 편의시설을 이용하면서 내 돈의 얼마가 일본으로 유출되는지 관심이 없다. 소비자에게는 편리성과 가격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국민들은 롯데 물건을 구매하며 롯데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과연 이런 롯데에 대항한 불매운동이 얼마나 지속될수 있을까. 오히려 8월 들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의 매출이 늘어났다고 한다. 롯데는 지금 국민의 반롯데 정서와 불매운동을 단지 지나가는 소나기 정도로 보고 있을 것이다.
만일 롯데가 정말로 반롯데 정서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신동빈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815광복절을 맞아 제2롯데월드에 대형 태극기를 내거는 걸로 그쳐선 안된다. 지금 중요한건 겉치례(다테마에:建前)가 아니라 본심(혼네:本音)이다.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