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셋값의 고공행진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본격 오른 걸 시작점으로 하면 무려 6년 이상 계속 된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2년 10% 넘게 급등한 후 6년은 안정세를 보였다. 전셋값 급등은 2009년 봄부터 본격화했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09년 3월부터 올 8월까지 전세금은 서울에선 평균 50%, 전국적으로는 47% 올랐다. 6년 사이에 평균 50% 이상 솟은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 재화로서 주택의 선호도 변화, 주택수요 변화, 경기침체, 정책실패 등이 겹쳐 전세난이 계속된다.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옮겨간 게 주된 이유의 하나다. 높은 주택가격, 주택보유부담, 가구소형화에 따른 주택구매 필요감소, 실질소득감소에 의한 구매력 위축 등으로 인해 전세임대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작년 후반까지만 해도 주택거래 10건 중 8건이 임대였다. 올 들어 거래가 늘었지만 거래의 반 이상이 여전히 임대거래다.
저성장 시대, 집값이 예전처럼 오르면 오히려 비정상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자 집주인들은 전매차익을 통해 얻던 자본이익을 포기하고 전세금을 높여 임대료 수익을 얻으려고 한다. 전세가율이 적정수준을 넘어 80~90%에 육박하는 이면엔 이런 까닭이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빠른 전환도 임대료 수익을 더 많이 얻기 위한 방편이다. 월세화에 따라 전세물량이 빠르게 소진하면서 전세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주택시장이 변하고 있다. 수요구조의 변화가 핵심이다. 이런데도 정부정책은 여전히 공급 쪽에 서 있다. 전세난도 주택공급이 부족하고 거래가 안 되어 그렇다고 판단해왔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정부정책이 ‘거래활성화’에 올인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돌아가는 현상을 현 대통령마저 ‘비정상’이라고 보고 있다. ‘거래활성화를 위한 완화 시리즈’는 올 들어 ‘거래 폭증’을 가져왔지만 전세난은 보란듯이 피해가고 있다.
모든 걸 매매로 풀려고 하다 보니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늘 뒷전이다. 이명박정부 때는 보금자리주택을 위해 국민임대주택 공급을 종전의 반으로 줄였다. 현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을 연간 11만가구로 늘린다고 했지만 행복주택, 목돈 안 드는 전세, 뉴스테이 그 어느 것도 성공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주택에서 공공임대주택은 5%도 채 안 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역대 정권은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를 늘 약속했지만 재원확보에 실패했다.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공임주택 건설에 재정을 쏟아 붓는 것에 대한 정치권의 지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책 실패는 임대주택의 양적 공급 실패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임대차 관계로 살고 있지만 이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실질적 정책은 거의 없다. 임대차등록, 임대과세, 계약갱신청구, 장기존속을 전제로 한 임대차계약, 임대차분쟁 조정, 임대료 관리 등이 임차인의 주거권 행사를 돕는 제도적 장치들이다. 주무부서인 국토부는 서구 선진국들이 실시해온 이러한 제도들을 ‘반 시장적인 것’이라는 이유로 도입을 극렬히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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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전세난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당장 후반기에 주택담보대출 규제, 금리인상 등이 가시화되면 매매기피로 인한 전세수요는 다시 늘어난다. 월세 가속화로 인한 전세물량의 지속적 감소는 전세수요를 추가로 촉발한다. 행복주택, 뉴스테이 등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부진도 전세난 지속에 일조한다. 주택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의 상대적 하락이 현실화되면 매매기피로 전세수요가 늘어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현재로선 전세난은 2~3년 이상은 더 갈 것 같다.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의 주택부동산 정책의 중심을 매매 확대에서 임대차관계 안정화로 바꾸어야 한다. 건설·공급·산업에 맞춘 주택정책 시스템도 주거복지 중심으로 바꾸고, 주택정책의 지방화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임대주택의 연간 공급물량을 지금보다 최소 1.5배 이상 늘려 연간 20만가구 정도로 확대하되 이를 위한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준공공임대, 사회주택, 협동조합주택, 시민리츠임대 등 민간에서도 안전한 임대주택을 다양하게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뉴욕이나 베를린처럼 임대료의 적정 수준을 관리하는 정부의 전향적 정책 도입도 진정으로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