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2위 통신회사 AT&T가 미디어그룹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약 97조원)에 인수한다. 통신·미디어산업의 거대 공룡이 탄생한 것이다.
인수조건을 살펴보면 주당 107.57달러로 약 20%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AT&T 시가총액은 2330억달러로 타임워너의 696억달러를 합치면 3000억달러 넘는 메가딜이다. AT&T의 최고경영자 랜달 스티븐슨은 “두 회사는 매우 유사한 비전을 공유한다. 타임워너는 프리미엄 콘텐츠 분야의 리더”라며 인수 배경을 밝혔다. AT&T로서는 위성방송 다이렉트TV를 485억달러에 인수한데 이은 초대형 거래다. 1위 버라이즌과의 갭을 줄이고 급변하는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병은 지난 수 년 동안 지속된 미디어·통신시장 합종연횡의 연장선이다. 2014년 컴캐스트는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부터 NBC유니버설을 샀다. 케이블업계의 거물 존 멀론 리버티미디어 회장은 차터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3위 케이블업체 타임워너케이블을 인수했다. 버라이즌은 AOL, 허핑턴포스트에 이어 야후의 인터넷포털부문을 48억달러에 매입했다. 야후의 디지털데이터와 콘텐츠가 버라이즌의 무선서비스, 허핑턴포스트의 온라인뉴스 등과 연계되면 경쟁력이 크게 제고된다. 이번 인수는 맞불전략으로 볼 수 있다. 지상파방송 CBS와 바이어컴의 재합병도 추진된다. 디즈니는 ABC, ESPN 및 디즈니채널을 중심으로 강력한 미디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매체 바이스미디어, 스포티파이 인수를 시도 중이다.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대한 관심도 계속된다. 이번 거래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제프리 뷰키스 타임워너 CEO는 2014년 루퍼트 머독의 800억달러 인수 제의를 거절했다. 그는 당시 “몇 년 이내에 우리에게 더 유리한 인수 제의가 올 것”이라며 이사회를 설득했다. 주식 맞교환 비중이 큰 반면 현금 지급액이 적은 것이 중요한 불만요인의 하나였다.
미디어환경은 신문·잡지부문의 정체와 방송·영화·엔터테인먼트부문의 성장으로 특징지어진다. 타임워너는 타임, 포춘, 피플 등 잡지부문을 타임(Time lnc)으로 분사시키고 CNN, HBO, TBS, 워너브러더스 등 케이블과 영화에 올인했다. AT&T는 타임워너가 보유한 풍부한 콘텐츠와 미디어 배급망에 군침을 흘렸다. 최근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유튜브 등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으로 소비자층이 급속히 전통적 미디어 시장으로부터 이탈하고 있다. 뉴미디어 사업자 등장과 글로벌 미디어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 강화가 절실해졌다.
합병은 “덩치가 커야 살아남는다”는 업계의 정설을 재삼 확인해줬다. 비록 실패했지만 컴캐스트의 타임워너케이블 인수 시도, 루퍼트 머독의 타임워너 인수 제의 등은 모두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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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산업에 대한 구애작전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콘텐츠와 플랫폼을 갖는 기업이 승자가 된다. 컴캐스트는 NBC를, 디즈니는 ESPN과 ABC를 확보했다. 21세기폭스는 폭스뉴스를 갖고 있다. 버라이즌은 허핑턴포스트와 AOL 및 야후를 품에 안았다.
규제당국의 승인 여부가 중요 변수가 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컴캐스트의 타임워너케이블 인수를 시장지배력 집중을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연방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서비스를 공공재로 인식해 브로드밴드 서비스의 독과점화를 반대했다. 클린턴은 소수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에 부정적이다. 트럼프는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당선되면 이번 합병 건을 저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합병으로 AT&T는 약 1750억달러의 부채를 떠안게 된다.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400억달러 상당의 신규 주식을 발행할 계획이다. 무디스의 마크 스톤은 “다이렉트TV를 샀을 때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며 지급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수발표 후 주가가 떨어진 것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한다. 방송·통신 시장에 빅뱅이 몰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