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뉴욕 첼시마켓과 한국 전통시장

[광화문]뉴욕 첼시마켓과 한국 전통시장

채원배 산업2부장
2017.02.07 04:55

2013년부터 2년간 뉴욕 특파원 생활을 할 때 가끔 들른 시장이 있다. 한국 관광객들의 뉴욕관광 필수코스가 된 '첼시 마켓(Chelsea Market)'이다. 당시 이 곳과 '하이라인 파크'를 방문한 후 '옛 것' 멋 살린 뉴욕 명소라는 주제로 기사를 쓴 적도 있다.

3년여가 지난 지금 뉴욕 '첼시 마켓'이 다시 떠올랐다. 대형 마트 규제와 전통시장 보호 문제가 최근 수면 위로 또 부상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활성화'. 역대 정부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추진한 정책이다.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도 곳곳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이 사업이 성공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 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전통시장 활성화는 늘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그런데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는 올해 대선에서 주요 화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대선 주자들이 외면할 수 없어서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그토록 오랫동안 정치권과 정부가 '상생'을 외치면서 '대형 마트 규제와 전통시장 보호대책'을 추진했는데, 나아진 건 없고 되돌이표만 반복되는 걸까.

'첼시 마켓'은 우리에게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만이, 전통시장 보호만이 답이 아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첼시마켓은 '오레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자를 만들던 100여년된 과자공장의 시설물들을 그대로 활용했다. 에이미스 브랜드, 엘레니스 쿠키, 사라베스 베이커리, 팻 위치 베이커리 등 유명 식료품점과 '랍스타 플레이스'(The lobster place), 델리 등이 들어서 있다.

100여년 된 폐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첼시 마켓에 들어서면 솔직히 대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마켓 곳곳을 걸으면서 부서진 듯한 벽돌벽, 슬레이트 지붕, 감각 있는 소품, 색다른 인테리어들을 보면 독특한 멋을 느낄 수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물려받은 유산을 재활용하면서 현지인의 경제 생활에 도움을 주고, 관광특수까지 이끌어내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첼시 마켓에서 또 하나 눈에 띈 점은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 화장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서 국내 전문가들이 소비자가 재래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화장실 문제를 꼽은 게 생각났다. 첼시마켓에서 관광객들과 뉴요커들은 화장실 이용의 불편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물론 첼시 마켓을 우리 전통시장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공장을 마켓으로 성공적으로 변모시켜 관광지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장의 경쟁력은 '맛'과 '멋'이며, 옛 것을 부수고 화려한 새 건물을 짓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외면한 채 '보호'와 '활성화'라는 단어만 앞세워서는 우리 전통시장을 살릴 수 없다. 정책의 중심에 '소비자'를 둬야만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를 비롯한 정치권은 아직도 "종합쇼핑몰과 대형마트의 입점을 규제하면 전통시장 상권을 살릴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유통과 IT가 결합되고 있는 시대에 규제는 다 같이 죽는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이갑수 이마트 대표가 "인구구조 변화, 온라인 채널 성장으로 오프라인 유통업 성장이 자동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규제가 필요하냐"고 지적한 것을 흘려 들어서는 안된다. 지금은 규제가 아닌 시장의 '맛'과 '멋'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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