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제품은 백화점, 저가 제품은 재래시장으로 양분돼 있는데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겠나" "소비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데 저가 할인점이 먹힐까?" 1993년 4월 신세계백화점 임원회의. 할인마트 사업 추진 상황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자 곳곳에서 우려가 터져 나왔다. 당시 신세계는 롯데백화점의 질주와 현대백화점의 추격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였다. 수익성도 크게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로 추진한 할인마트 사업이었지만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만큼 새로운 사업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24년이 지난 올해. 이마트는 전국 점포수 158개(창고형 할인마트 11개 포함), 자산규모 15조4293억원의 대형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직원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2만9390명에 이른다.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성장한다. 앞이 보이지 않고, 수익성이 추락했을 때 비로소 생존 본능이 꿈틀거린다. 그 열매는 달다. 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소득이 생긴다. 그렇게 경제는 선순환한다. 우리가 기업 성장에 관심을 갖고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유통산업은 다시 위기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소비 절벽’의 그림자가 이미 드리웠다. 백화점, 할인마트는 수년 전부터 성장을 멈췄다. 그나마 줄어드는 소비마저 온라인 시장으로 이탈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로 내놓은 것이 복합쇼핑몰이다. 쇼핑 뿐 아니라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해 온라인에 머무르려는 소비자들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9월 개장한 신세계 하남 스타필드는 오픈 140일 만에 누적 방문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연간 환산 방문객수는 2600만명으로, 테마파크 '도쿄 디즈니랜드'(연간 1600만명 방문)보다도 1000만명 이상 많다. 일자리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남 스타필드에만 5000명 가량의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우려도 있다. 투자 규모가 너무 크다. 하남 스타필드에만 1조원의 사업비가 투자됐다. 현재의 집객수가 계속 유지될 수 있겠느냐도 걱정이다. 미래의 희망이 언제 생존을 위협하는 비수로 돌변할지 모를 일이다.
정작 문제는 신경 쓰야 할 것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규모 점포 입점과 관련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점포를 내는 것 자체가 험난하다. 물론 기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 일자리의 질 등 따져볼 건 따져봐야 한다.
그렇더라도 최근 정치권 분위기는 걱정스럽다. 지역 상권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아예 출점조차 못하게 할 태세다. 그래선 성장도, 일자리도 기대하기 힘들다. 발목만 잡는다고 기존 상권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느냐, 그래 보이지도 않는다.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5년간 약 22조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예산의 과소 책정, 지속가능성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런 공약까지 나온 데는 그만큼 우리 일자리가 시급하기 때문일 거다. 국민의 세금을 이렇게 쏟아부을 정도의 마음가짐이라면, 또 빠듯한 재정 상황을 감안한다면,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게 하는 방안을 우선 고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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