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과 '혼'.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그런데 '혼'을 강조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다. 바로 최근 회장 갑질 논란이 인 제너시스 BBQ다. BBQ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2020년 월드클래스 프랜차이즈 그룹이 되어 지구촌 곳곳에 한국의 혼을 심겠습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혼이 비정상'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 때문인지 기업에선 '혼'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데, BBQ는 '한국의 혼'을 경영 이념으로 내세운 것이다. BBQ 윤홍근 회장은 2013년 '5·16 민족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5·16 민족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초대 총재로 1966년 선정됐으며 국가 발전과 국위 선양을 위해 공헌한 일꾼을 찾아 업적을 기리는 시상이다.
'5·16 민족상' 자체를 평가하려는 게 아니다. 모든 상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평가하는 윤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BBQ의 기업 문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BBQ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임직원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BBQ는 폐쇄적이고 군대식 문화가 강하다고 한다. 한 퇴직 임원은 "예전에 윤 회장이 해외출장을 갔다가 귀국하면 이른 새벽이든 밤이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임원들이 모두 공항에 나가 일렬로 서서 '회장님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했다"며 "너무 많은 임원들이 공항에 나가 있었던 게 소문이 나자 나중에는 인원수를 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회사의 주요 행사에서는 윤 회장이 입장할 때 레드 카펫이 깔리고 음악이 연주된 적도 있다고 한다. 임직원들이 회장실에 들어갈 때는 90도로 인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무 협의차 BBQ 회장실에 간 적이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BBQ 임직원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밖에도 'BBQ 임직원들이 윤 회장을 왕처럼 떠받들고 모신다'는 다양한 얘기가 업계에서 들린다. 한때 치킨 업계 1위를 한 기업이, '가맹점 동반 성장'과 '프랜차이즈 세계화'를 강조하는 기업이 정말 이렇게 운영될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봉은사역점 가맹점주에 대한 윤 회장의 갑질 논란도 이런 기업 문화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BBQ로서는 분명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BBQ 측이 "윤 회장의 갑질논란 보도는 가맹점주의 일방적 주장만 담은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하고, 법적대응 방침을 밝힌 것만 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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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 회장이 언성을 높이고 동행한 직원들에게 '규정 위반 사항이 있으면 폐점을 검토하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가맹점주는 이를 갑질 행위로 느꼈을 개연성이 있다. BBQ가 이 사건에 대해 해명성 보도자료를 내고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에 부정적인 여론이 큰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BBQ의 태도는 지난 7월 내놓은 '패밀리와 BBQ의 동행방안'이 '면피성 쇼'로 보이게 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자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머니투데이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가맹본부 회장이라는 이유로 마치 아랫사람 부리듯 가맹점을 찾아가고 주방에 맘대로 들어갈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고. 그는 "개인사업자인 가맹점과 가맹본부는 동등한 파트너 관계라는 인식이 부족한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과 BBQ는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 아니라 늦었지만 가맹점주에게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문제점은 서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BBQ의 기업 문화를 바꾸는 게 아닐까 싶다. 가맹점주와 함께 하고,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거야 말로 진정한 '혼'이 담긴 경영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