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국가연구개발사업에 ESG를 허(許)하라

[투데이 窓]국가연구개발사업에 ESG를 허(許)하라

이길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2021.07.14 04:24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길우 부원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길우 부원장

제4차 산업혁명,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에 이어 요즘 가장 널리 회자되는 이슈는 ESG다.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앞글자를 딴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 기업 경영방식은 재무적 성과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기업 경영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고 기업의 규모와 함께 사회적 책무도 커짐에 따라 전략적 사고로서 ESG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인류가 생존해야 기업의 존재도 의미가 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경영철학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목표를 선언, 달성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까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약한 국가의 상품을 규제가 강한 국가로 수출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ESG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탄소세 도입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하고 있다. 삼성, SK 등 국내 기업들도 ESG위원회 신설,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등의 형태로 ESG경영에 착수했다.

기업의 ESG경영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맥을 같이 하며, 그 중심에는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 산업체질 개선, 탄소저감 생태계 구축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의 주체들이 협업해야 한다. 특히 이산화탄소 포집(CCUS)기술, 탈탄소 미래기술, 친환경 수송기술 등 다양한 기술분야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와 연구자들의 역할이 필수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큰 틀이 경제발전 일변도에서 국민 삶의 질로 옮겨가고 있다. 기후변화, 감염병과 같은 글로벌 문제해결에 동참해 국가의 위상을 드높여야 할 필요도 커지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성과가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문제해결에 머무르거나 글로벌 환경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곤란하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도 ESG 개념을 도입할 시점이다. 연구기획에서 선정, 수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ESG 개념을 반영한 지표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 과제선정 평가 시 ESG지표를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대학 등 연구수행 주체의 특징을 반영한 ESG지표를 개발해 연구과제 선정 시 반영한다면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활동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초·응용·개발 등 모든 연구과제에 적용하기 어렵다면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개발단계의 과제부터 우선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성과평가 단계에서도 기존 논문, 특허와 같은 정량지표에 더해 ESG 관련 지표를 신설하자. 연구·개발 수행과정에서 ESG를 실행했는지, 과제의 성과가 ESG 실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점검하자는 것이다. 연구·개발 성과의 양적 확대에 비해 질적 수준이 낮다는 지적을 받는 현실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가장 많이 쓰는 출연연에도 ESG경영을 도입하는 것이다. 출연연은 요즘 R&R(Role & Responsibility) 재정립을 통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ESG경영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기관평가 시 ESG지표를 신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인정했다. UNCTAD 설립 이래 57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니 놀라운 쾌거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위상 제고, '2050 탄소중립' 선언과 ESG의 급부상에 이르기까지 최근 변화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한마디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명제가 아닐까. 국가 연구·개발 사업 역시 ESG 도입을 계기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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