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검토해 보자

[투데이 窓]'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검토해 보자

양지훈 변호사(위벤처스 준법감시인)
2021.07.29 02:26
양지훈 변호사
양지훈 변호사

지난 7월1일부터 50명 미만 5명 이상 사업장에도 '주52시간근무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즈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한 스타트업 대표가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것이 업계의 현실과 직원들의 의사에 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곧이어 장시간 노동문화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그러나 여기에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지점이 있다.

그의 주장은 52시간 제한을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예외 없이 모든 사업장과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논의가 필요한 대목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은 근로자가 열심히 일해 부를 일궈나갈 수 있는 자유를 주52시간제라는 법률이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근로자가 1%의 스톡옵션을 받는 경우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이 되면 직원도 100억원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예를 구체적으로 들고 있다. 이러한 성공이 현실에서 얼마나 희박한 확률인지는 논외로 하자. 문제는 성공을 위해 근로자가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법률에 의해 원천적으로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판단이다. 강조하자면 초과근로 의사는 전적으로 근로자 본인이 원하는 경우를 전제하는 것이고 나 역시 어떤 이유에서든 외부로부터 강제된 노동은 제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남은 질문은 이렇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할 자유를 '근로자 스스로 원하는 경우'까지 근로시간을 제한해야 하는가. 특히 지금 당장의 재원이 부족한 스타트업계에서는 고급 개발자나 기획자를 스카우트할 때 파격적인 스톡옵션을 부여하거나 업무에서도 상당한 자율성을 주는 경우가 많다. 비단 스타트업계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사례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곧 임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회사의 성장이 자신의 이익과 강하게 결합된 근로자를 생각해보라. 중요 프로젝트를 일정한 기한 내에 완수해 승진이나 인센티브를 기대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도 52시간 이상 자유로운 근로를 원할 수 있다. 모든 경우의 자발적 초과근로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 법률이 그렇다면 현실을 반영한 법률해석은 혹시 가능할까.

현행법의 해석상 아무리 많은 스톡옵션을 부여받는다 하더라도 이들 역시 52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 법원은 업무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는지(인적 종속), 보수의 성격이 근로의 대가인지(경제적 종속)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른바 '사용종속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로 전제하고 법률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스톡옵션 계약을 해 임원보다 많은 보수가 가까운 미래에 확실히 예상되는 경우에도 근로계약을 한 이상 근로자로서 법적 지위를 가진다.

그렇다면 새로운 제도적 디자인을 고민해볼 수 있겠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이 그것이다. 일부 고소득 화이트칼라 근로자에게만 근로시간의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로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상위 화이트칼라와 전문직 등을 대상으로 운용된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상당한 스톡옵션을 근로자에게 부여하는 경우에만 이 제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당 의원 주도로 2019년 10월 근로소득 상위 3%의 근로자(2017년 기준 1억1500만원)를 대상으로 주52시간 적용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이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떤가. 미실현 소득이라 할 수 있는 스톡옵션에 대해서는 적정한 평가방법을 도입해 악용될 수 있는 여지를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 세계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 중인 우리의 노동현실에서 이 제도는 소득요건 외에도 직무와 환경 등 다른 노동조건을 감안해 엄격히 운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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