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신인류의 음악(2)-싱어송 라이터 안예은

[투데이 窓]신인류의 음악(2)-싱어송 라이터 안예은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숙명여대 교수
2021.08.05 02:17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겸 숙명여대 교수

노승림 숙대 교수
노승림 숙대 교수

'호러송'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도 얼마 전 처음 들었다. 그만큼 생소한 장르다. 제목 그대로 '공포'를 다룬 노래를 일컫는데 돌이켜보면 근대 이후 음악이 가장 방관한 인간의 감정이 바로 '공포'가 아닐까 싶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한밤중에 만난 존재에 대한 공포와 경고를 노래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는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등극시킨 역작이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이 장르를 개척하는 인물은 1992년생 젊은 음악가 안예은이다. 이번주 그의 두 번째 호러송 '창귀'가 디지털음원과 뮤직비디오로 발표돼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창귀란 호랑이에게 잡아먹혀 귀신이 된 혼을 일컫는다. 그 혼은 또다른 사람을 먹잇감으로 호랑이에게 인도해 창귀 역할을 물려줘야 비로소 호랑이로부터 해방돼 성불한다. 음산한 뮤직비디오 비주얼과 더불어 피부의 솜털들을 쭈뼛 서게 만드는 것은 그보다 더 서늘한 안예은의 창법이다. 마이너 펜타토닉에 창소리를 연상시키는 걸쭉한 저음, 거기에 다소 신경질적인 듯하면서도 구슬픈 서정성이 담긴 하늘을 찌르는 고성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안예은만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이렇듯 그로테스크한 음악요소들로 읊어내는 가사는 그러나 공포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가 미지의 존재를 만난 인간의 두려움을 다룬 노래라면 안예은의 호러송들은 귀신에게 빙의된 채 그들의 슬픈 존재적 이유를 전한다. '나는 올해로 스물하나가 된 청년인데/ 범을 잡는다 거드럭대다가 목숨을 잃었소/ 난 이대로는 달상하여 황천을 건널 수 없소/ 옳다구나 당신이 나를 도와주시게'라는 '창귀'의 가사도 그렇고, 지난해 발표한 첫 번째 호러송 '능소화'는 임금이 두 번 다시 찾지 않아 죽어 꽃이 된 궁녀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다. 마치 떠도는 혼을 달래 저승길로 인도하는 무당의 굿판처럼, 시청각으로 조장된 공포와 결합한 귀신들의 구슬픈 사연은 듣는 이로 하여금 무서운 듯 애틋한 듯 정서적 아이러니를 경험케 한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안예은은 지난해 'K팝스타5'가 발굴한 보석이다. 아니 정확히는 '놓칠 뻔한' 보석이다. 심사위원 과반수가 그녀의 노래를 "대중적이지 않다"고 탈락시켰지만 한 심사위원의 와일드카드로 살아남았다. 경연을 전부 자작곡으로 치러내는 기염을 내뿜은 그녀는 3장의 정규앨범을 포함해 모든 발표곡을 자작곡으로 도배하며 현재 '안예은'이라는 장르를 차곡차곡 건설 중이다. 그녀의 노래 면면을 살펴보면 심사위원들의 우려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7음계 서양창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그녀의 동양적인 5음계는 낯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두 번은 곱씹어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론적 가사는 세상의 모든 메시지를 짧은 시간에 감각적으로 수용해온 세대에게 버거울 수 있다.

그럼에도 안예은의 실험적 음악들이 좌절은커녕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순항 중인 이유는 바로 '정서적 아이러니'가 지닌 힘 때문일 것이다. 약자들에게 이 사회는 울고 싶지만 울 수 없는 세상이요, 화가 나도 분노를 드러낼 수 없는 세상이다. 그들의 억울한 나약함과 고통을 그녀는 가사로 읊조리되 생경하고도 복잡다단한 음표들로 배려하고 가려준다. 소외된 약자의 마음을 읽는 그녀의 능력은 심장 기형으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육체적 약자로 보낸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귀신의 사연마저 아련하게 보듬어주는, 오싹한 듯 푸근한 안예은의 '호러송'은 팬데믹과 함께 하는 이 두 번째 여름의 고비를 넘길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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