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세이] 빼기:道 -14 / 거리가 없으면 바라봄도 없다

인생은 드라마입니다.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내가 찍고 내가 보는 드라마입니다. 이 말에 동의하시나요? 동의한다면 인생도 드라마 보듯 즐길 수 있어야겠지요.
드라마라면 다들 편히 봅니다. 편한 자리에서 재밌게 봅니다. 드라마는 저기 있고 나는 여기 있습니다. 드라마는 저기서 돌아가고 나는 여기서 바라봅니다. 인생 드라마를 보는 법도 똑같습니다. 편한 자리에서 재밌게 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요? 인생 드라마는 저기 있고 나는 여기 있나요? 인생 드라마는 저기서 돌아가고 나는 여기서 바라보나요?
나는 아닙니다. TV 드라마라면 편하게 잘 봅니다. 그런데 인생 드라마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도무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왜?
드라마에 푹 빠졌기 때문이지요. 드라마에 홀딱 빨려들었기 때문이지요. 나는 드라마 속에서 드라마에 휩쓸립니다. 이 일이 터지면 이 일에, 저 일이 터지면 저 일에 매달립니다. 드라마가 저기 있고 나도 저기 있습니다. 드라마가 저기서 돌아가고 나도 저기서 돌아갑니다. 드라마와 나 사이에 거리가 없습니다.
무엇이든 바라보려면 거리가 필요합니다. 거리가 없으면 바라봄도 없습니다. 인생 드라마를 바라보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거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무대 위에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인생 드라마를 찍고 있습니다. 나는 내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감독이기도 하지요. 감독은 무대에 서지 않습니다. 무대 밖에서 무대를 바라봅니다. 무대를 총지휘합니다.
감독의 자리에 서면 무대가 보입니다. 드라마가 드라마로 다가옵니다. 무대에 빨려든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무대를 무대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드라마를 드라마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에게는 무대가 전부입니다. 온 세상입니다. 빠져 나올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니 사는 게 출구 없는 미로 마냥 갑갑하고 정신 사나울 때는 얼른 감독의 자리로 물러서세요. 나는 그럴 수 있습니다. 나는 무대 위의 광대보다 큰 존재니까요. 내 인생 드라마를 살피고 지휘하는 총감독이니까요. 감독의 자리로 물러나 거리를 만들 때 비로소 나는 무대를 바라봅니다. 드라마를 드라마로 받아들입니다. 아무리 정신 사납게 휩쓸려 다녀도 그게 다 무대 위의 해프닝이라는 걸 압니다. 기왕이면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잘 찍는 쪽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갑니다.
드라마를 찍는데 자리를 비우는 감독은 없습니다. 아무리 무책임한 감독도 그러진 않습니다. 나 또한 감독의 자리를 잘 지켜야 합니다. 자리를 뜨면 내 인생 드라마는 엉망이 됩니다. 뒤죽박죽 정신 사납게 됩니다. 감독 없는 드라마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지요. 당신은 지금 어떤가요? 감독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나요? 내가 내 인생 드라마의 주연일 뿐만 아니라 그 주연을 살피는 감독이라는 것을 잊지는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