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스타트업 'ESG워싱'을 경계한다

[투데이 窓]스타트업 'ESG워싱'을 경계한다

양지훈 변호사(위벤처스 준법감시인)
2021.10.28 02:50
양지훈 변호사
양지훈 변호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은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와 맞닿아 있다. 환경과 사회가 지금 이대로 지속가능한가라는 의문이 결국 그 안에 존속하는 기업의 책임까지 묻게 된 것이다. 물론 책임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기업에 따라 경중은 달라진다. 대기업이라면 이미 시장에 확고히 안착했고 사회와 여러 접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ESG라는 질문에 현실적인 답을 고민해볼 수 있다. 그러나 환경과 사회를 따지기 전에 회사 스스로의 생존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초기기업, 스타트업이 ESG경영을 고민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ESG라는 관점이 아니더라도 주식회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며 상법은 적법한 이사, 이사회, 주주총회에 관한 선임과 개회 등의 절차와 내용을 정해두고 그 이행을 강제한다. 하지만 사업모델만 존재할 뿐 자금도 인력도 부족한 초기기업의 경우 오히려 법률조차 느슨하게 적용되는 것이 사실이다. 상법은 주식회사에 3명 이상 이사를 선임하도록 강제하는데 자본금 10억원 미만 회사의 경우 1인 이사를 허용하고 감사는 아예 선임하지 않아도 상관없도록 한 것이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소규모 기업에 이러한 특례를 허용한 것은 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로 성장해야 비로소 주식회사로서외관을 갖추게 되므로 그에 맞춰 규제하겠다는 취지다. 아직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곧 사라져도 모를 만큼 작고 위태로운 회사들은 스스로의 생존을 우선 도모할 일이다.

이와 별개로 스타트업 투자시장에서 더 많은 초기기업 ESG펀드가 만들어지고 ESG 실사를 통한 투자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법률적 고려와 달리 이러한 시장의 경향은 결국 투자유치가 절실한 스타트업 경영자들로 하여금 ESG경영을 조기에 도입하도록 견인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지 투자를 받기 위해 회사의 정책과 제도를 ESG친화적으로 보이도록 겉모습만 꾸미는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친환경(Green)을 표방하지만 실상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속성에 대한 허위·과장광고를 해 기업 본연의 모습을 세탁(Washing)한 후 단지 이미지만으로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는 '그린워싱'이 이미 유행하는 단어가 됐듯이 'ESG워싱' 역시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ESG 투자 시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초기기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요소로 스타트업의 '대표이사'를 꼽는다. 스타트업 대표라는 지위는 사실 CEO(최고경영자) CTO(최고기술책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모두 합한 업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회사 자체라고 해도 무방한 자리다. 나아가 대표는 회사를 내·외부에서 대리하고 현실에서 사업을 구현하는 살아움직이는 자연인이기도 하다. 회사로서 외관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억 원의 초기투자를 감행하는데 대표의 모든 면면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이들 대표에 대한 검증이 그들의 리더십, 열정이나 시장이해도, 이전 경력 등에 대한 심사역의 판단에 의존했다면 이제 ESG 실사라는 주요한 판단기준을 더해야 한다.

얼마 전 한 패션스타트업 대표와 임원이 직원에게 잦은 인격모독과 개인 심부름, 가족의 일을 시키는 비행을 저질렀고 심지어 불법 몰카촬영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개인의 위법을 투자자가 예방하는 일은 너무 어려운 것이지만 ESG 실사과정에서 대표에 대한 검증은 더 치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업과 시장에 대한 리서치에 더해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에 대한 정치한 판단과 ESG경영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해나갈지 확인하는 통찰력 있는 질문에 따라 투자가 이뤄지고 이후에도 이를 재검증할 수 있다면 훌륭한 ESG 실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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