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국회 연구개발상임위원회 신설할 시점

[투데이 窓]국회 연구개발상임위원회 신설할 시점

이길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2021.11.10 02:05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길우 부원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길우 부원장

국정감사가 끝나고 예산 시즌이 돌아왔다. 국회의 기능 가운데 정부가 확정한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권한은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기능이다. 예산은 국민의 땀으로 이루어지며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심의·확정토록 해서 효율성과 질을 담보하려는 것이다. 국회는 이를 위해 전문분야별로 상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국회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17개 상임위원회가 소관 행정부와 연계해 입법, 예산안 심의, 국정감사 등을 수행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8.3% 늘린 604조4000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경제회복과 글로벌 강국, 포용적 회복과 지역균형발전, 미래형 경제구조 대전환, 국민보호 강화와 삶의 질 제시라는 국정목표가 반영된 수치다. 이 가운데 R&D(연구·개발) 예산(29조8000억원)은 이번 정부 들어 10조3000억원 증가(연평균 8.9%)하며 3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국가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이슈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R&D예산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확정된다.

R&D예산의 특징 중 하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등 30여개 부·처·청이 고루 사용하는 범부처 예산이라는 점이다. R&D예산에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국방, 환경, 문화, 안전 등 다양한 분야의 투자가 포함되다 보니 관련 업무가 여러 상임위원회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진다. 국회 차원에서 과학기술 정책의 일관성과 R&D에 대한 종합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조차 IT(정보기술)와 방송분야의 이슈에 비해 과학기술 이슈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실정이다. 이에 국회 연구개발상임위원회 신설을 제안한다.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 미국-중국의 기술패권전쟁 등을 겪으며 국민은 과학기술의 역할과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결정하는 해결사 역할까지 떠맡게 됐다. 소재·부품·장비 고도화, 한국판 뉴딜, 2050 탄소중립 등 굵직한 국가 차원의 과제는 물론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의 손길이 필요치 않은 분야는 없다. 국회 차원에서 과학기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상임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다.

행정부 또한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행정체계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R&D의 특성을 반영해 과학기술정책과 국가 R&D사업을 총괄조정하기 위해 참여정부에서 신설된 이래 정권교체 때마다 통합과 분리, 명칭변경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국가 과학기술전략 수립, 국가 R&D사업 투자방향 설정, 예산배분·조정, 성과평가 등의 현재 기능에 더해 범부처 조정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는 과학기술자문회의도 과학기술 혁신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국가 R&D투자 100조원 시대와 정부 R&D예산 30조원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크다. 과거 선진국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는 HOW 전략에서 우리의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WHAT 전략으로 바꿀 때다. 처음 가보는 길이기에 길잡이 역할이 중요하다. 국회 연구개발상임위원회를 신설하고 키를 맡기는 것은 국가 혁신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첫걸음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과학기술자문회의로 든든하게 뒤를 받친다면 G5(주요 5개국)로 가는 길이 험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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