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신뢰가치사슬'의 부상과 위험

[MT시평]'신뢰가치사슬'의 부상과 위험

장보형 기자
2021.12.14 02:04
장보형 연구위원
장보형 연구위원

반도체와 요소수 대란 등 공급망 문제가 점차 안보 이슈와 연결되면서 우리 경제의 향방을 두고 걱정이 크다. 이미 코로나 충격과 맞물려 마스크는 물론 백신안보와 같은 문제가 쟁점화했지만 '위드 코로나' 중에도 주요 원·부자재의 수급 불균형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진다. 게다가 최근에는 세계 경제의 양강, G2의 새로운 분쟁으로 부담이 증폭된다.

얼마 전 미국은 세계 110여개국을 규합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을 배제한 민주주의 국제질서 구축이 목적이다. 아무래도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지정학적 역학관계 재편에 맞서 미국을 비롯한 구미 선진국의 자구노력 성격이 강하다. 이미 중국은 일대일로와 RCEP(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상하이 협력기구나 브릭스 정상회의는 물론 러시아의 대유라시아 파트너십과도 연계되면서 파워를 과시한다.

일단 미국이나 유럽은 반도체와 ICT 등 첨단기술 분야의 안정적 공급망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미국-유럽연합(EU) 무역기술위원회(TTC)나 G14+EU 글로벌 공급망안정회의 등을 보면 사실상 중국을 표적으로 반중 공급망 재편을 공론화했다.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로 더 구체화할 조짐이 보인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각자 B3W(Build Back Better World)와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을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민주주의를 기치로 글로벌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공급망 이슈가 안보문제와 뒤섞이면서 최근에는 이른바 '신뢰가치사슬'(Trusted Value Chain)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즉 국제적으로 파편화한 수직분업체계에 따른 공급교란의 위험을 타개하고 상호 신뢰에 기반한 안정적 국제분업체계를 만들자는 취지다. 문제는 그 신뢰를 미국 주도의 안보나 이념문제가 좌우한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미소 냉전기처럼 진영론에 기반한 패권경쟁에 따른 2차 냉전의 위험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초청국의 적절성 문제가 논란을 빚은 것처럼 예전처럼 단일대오의 진영규합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GVC나 지역협력, 또 새해에 발효될 예정인 RCEP 등을 통해 많은 나라가 중국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주도의 TVC에 전적으로 동참하기 힘든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오히려 1차 세계대전 직전 다양한 이해관계에 기반한 합종연횡의 참담한 아노미가 연상되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더욱 곤혹스런 처지다. 앞으로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줄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사대(事大)와 사소(事小)의 상호호혜에 주목한 맹자는 대국 사이에 낀 소국에 "백성과 함께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죽더라도 백성이 나라를 떠나지 않는다면 해볼만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 어느 때보다 내실을 다지고 국민들과 공감하는 일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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