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폭력의 범위' 점점 넓어지는 폭행죄

[MT시평]'폭력의 범위' 점점 넓어지는 폭행죄

신민영 기자
2021.12.30 02:05
신민영 변호사
신민영 변호사

개인적으로 제일 안타깝게 여기는 사건이 폭행 사건이다. 상담해보면 자신은 폭행죄에 해당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범행에 이른 사람이 꽤 많다.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 때 손씻기가 일반화하면서 다른 질병도 줄었다 하지 않던가. 우리나라 범죄발생건수 3위 안에 항상 들어가는 폭력사건이 줄어들면 그 자체로도 다행한 일이지만 이것이 도화선이 돼 벌어지는 살인, 공무집행방해 따위 범죄들도 덩달아 줄어들 거라 생각한다. 알고 보면 폭행혐의 피하기는 손씻기만큼이나 쉽다.

일단 폭행의 범위는 무척이나 넓다. 드라마를 보면 물컵에 들어 있던 물을 상대방 얼굴에 뿌리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이게 폭행이다. 폭행의 정의는 '신체에 대한 일체의 유형력 행사'다. 주먹질, 발길질만 폭행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면 폭행이다. 밀고 당기는 것은 물론이고 물뿌리기, 침뱉기도 폭행에 해당한다. 의뢰인의 상당수가 "자기는 그저 살짝 밀었을 뿐"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정도에 그쳤을까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도 폭행죄를 피하긴 힘들다. 싸움을 말릴 때도 조심해야 한다.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가 옆 테이블 사람과 주먹질을 할 때 말린답시고 상대방을 붙들었을 때 제3자 입장에선 이게 친구한테 합세하려고 붙든 건지 진짜 말리려고 붙든 건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변호하는 입장에서도 자기 친구를 두고 상대를 붙든 이유를 대기가 궁색하다. 붙잡은 것 자체가 폭행에 해당하니 법원에서 폭행죄로 판단해도 할 말이 없다. 사람에게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 정 말리고 싶다면 자기 친구를 붙들고 말려야 한다.

폭행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것을 납득하고 난 후 의뢰인들이 꺼내는 주장은 '정당방위'다. "상대방이 먼저 때렸다"든지 "상대방이 먼저 도발을 했다"지 "상대방이 맞을 짓을 했다"지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러거나 저러거나 우리나라는 정당방위의 범위가 무척 좁다. 특히 싸움의 경우 서로 공격행위가 교차한 것일 뿐 어느 한 사람의 행동을 뚝 떼어내 방어행위로 봐줄 수는 없다는 게 법원의 주류적 판례다. 누가 먼저 때렸든 현실에서는 둘 다 각각 폭행죄로 처벌될 뿐이다. 요새 정당방위의 범위를 넓히자는 논의가 있긴 하나 아직 논의단계일 뿐이고 설사 그 논의 후에도 현실에서 발생하는 주먹다짐은 대부분 계속 쌍방폭행으로 처벌이 될 거라 본다.

폭행사건을 맡을 때마다 후렴구처럼 "이 사람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우발적으로 폭행한 것"이라고 변호하긴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과연 그럴까'란 생각이 든다. 폭행사건 자체가 계획을 세우고 벌이는 범죄라기보다 대체로 시비 끝에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진짜 이성을 잃었는지는 항상 의심스럽다. 자기가 얻어 맞을 거라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폭력을 휘두를 사람이 있겠는가. 폭행사건에서 자기보다 덩치가 큰 사람을 때리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폭력은 없다 생각한다. 폭력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우리 사회는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