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혁신신약 투자, 시류에 휩쓸리면 땅친다

[투데이 窓]혁신신약 투자, 시류에 휩쓸리면 땅친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주) 대표이사
2022.04.21 02:05
이정규 대표
이정규 대표

최근 몇 주 동안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뉴스 중 하나는 화려한 조명을 받던 넥타(Nektar)라는 회사의 인터루킨2(IL-2) 과제의 너무나 쓸쓸한 결론이었다.

인터루킨2는 면역을 키워주는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다. 면역력을 키워줌으로써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 이미 1992년에 신장암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어찌보면 인류 최초 면역항암제다. 그러나 과도한 면역증강이 오히려 다양한 부작용으로 나타나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 약물이다.

넥타는 1990년에 설립돼 1994년에 나스닥에 상장한 약물전달기술을 연구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이 회사가 인터루킨2에 PEG라는 고분자를 결합해서 서방형, 장기작용하게 하면서 동시에 부작용을 좀 줄인 단백질을 만든다. 마침 PD-1계열 면역항암제들의 급부상과 맞물려서 "병용투여한다면 암세포와 싸우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2018년 2월 정말 엄청난 규모의 계약을 BMS와 했다.

임상2상 단계에서 선급금 10억달러, 시가의 36% 할증주가로 8억5000만달러의 지분투자, 그리고 추가 마일스톤 18억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계약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비독점 통상실시권의 대가였다는 것이다. 계약 발표 이후 많은 회사가 "그럼 좀 더 개선된 인터루킨2를 개발하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뛰어들어 현재 임상단계에만 16개 약물이 올라가 있다.

한편 BMS는 흑색종, 신장암, 방광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10여개 대형 3상을 하면서 모집한 환자 수만 미국 임상등록사이트 집계 기준으로 4000명이 넘는 대형 임상을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임상비용은 어림잡아도 1조원을 훨씬 넘는다.

올해 4월 양사는 이 협력을 완전히 종료하고 모든 임상을 더이상 진행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발표한다. 모든 병용투여 시험에서 대조군 대비 병용투여의 효과가 없다는 참으로 참담한 결과였다.

분명 넥타가 진행한 초기 임상2상에서는 희망적인 결과여서 BMS가 계약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고 교훈은 무엇일까.

아직도 다수의 관련 과제가 임상 중이기 때문에 과학적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지만 2018년의 기대치는 상당히 낮아질 수밖에 없는 점은 명확하다.

사실 '초기 기대'가 '과도한 기대'로 판정나는 경우는 흔하다. 희망 쪽에 기울며 과도한 기대로 가다가 현실적인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과도한 비관'으로 흐르다 다시 문제해결 과정을 거치면서 '현실적 기대'로 수렴하는 사이클은 흔히 보는 기술발전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뉴스 및 대중의 열광으로부터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첨단분야일수록 대중의 기대는 늘 과도한 경우가 많고 기본 사실에 대한 차분한 이해와 검토과정을 생략한 성급한 판단일 가능성이 늘 있다. 뉴스보다는 데이터에 더 집중해야 한다. 뉴스가 수면 위의 파도라면 데이터는 바닷속 조류다.

둘째, 어느 과학적 발견도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줄 마법의 지팡이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초기는 마치 허니문과 같아서 장점만 보이는 시기다. 모든 기술에는 장단점이 있고 적절한 사용처가 있을 뿐 모든 문제, 모든 질환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역사의 교훈을 늘 되새겨야 한다.

셋째, 그럼에도 인터루킨2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누린 회사는 오랜 기간 인터루킨2와 약물전달기술을 접목한 선구자 넥타다. 시류에 따르지 않고 집중하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회사들이 어떤 형태로든 수혜를 누린다.

혁신신약 개발의 길은 길고 불확실성이 많은 여정이기에 긴 호흡이 필요하다. 시류에 흔들리기보다 일관된 전략으로 차분히 진행하는 것이 필수다. 혁신신약은 인기투표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데이터의 차별성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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