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규제공화국의 오명을 유지할 것인가[기고]

언제까지 규제공화국의 오명을 유지할 것인가[기고]

박필규 무선소방산업협동조합 상임이사
2022.07.25 09:02

규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법령과 조례·규칙에 규정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추진하는 등 합리적으로 규제를 개선하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윤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가 높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만, 규제 개혁은 여전히 어렵다. 이유로는 △40년 이상 지속된 3차 산업 중심 기존업체 카르텔에 의한 신기술 4차 산업에 대한 진입 차단 로비, △규제 관련 관료들의 4차 산업 관련 기술 감각 부재, △공무원들의 규제 완화 이후의 발생 문제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두려움 등을 들 수 있다. 통장이나 금융거래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고도로 진화한 담합 거래도 있을 것이다.

신기술 기업이 규제의 벽을 깨기 위해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 보안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거나, 부당한 규제에 대해 신문고 민원을 제기하면 정부 부처 간에는 부당한 규제임을 알면서도 손은 안으로 굽는지, 직접 개선을 요구하지 못한다. 정부 부처가 공통으로 범하는 사항만 의제로 개발하여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답변한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 카르텔을 형성하고 새로운 기술 진입을 막는 인위적 목적의 규제는 정부가 나서서 직접 타파해야 한다.

최근 발생했던 인위적 목적의 규제 사례를 공개한다. 소방청은 지난해 10월 5일 공동주택의 화재안전기준(NFSC 608) 제정(안)을 예고하면서 '제10조(자동화재탐지설비) 1. 아날로그방식의 감지기 또는 광전식 공기흡입형 감지기를 설치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IoT(사물인터넷) 시대에 맞추어 개발된 무선 감지기를 배제한 것이다. 소방청은 국회 답변을 통해 무선 감지기는 형식 승인을 받지 않았기에 배제한다고 밝혔다.

무선 감지기 업체들은 유선 업체들의 카르텔을 극복하고자 무선소방산업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이후 형식 승인 자체를 지체해 무선 화재 감지기(디지털 스마트콜 감지기)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부당성을 해소하고자 사방팔방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이 받아들여져서 소방청은 지난해 12월 29일 무선 감지기 도입을 위한 관계관 회의를 열었고 올 3월 KFI(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술기준·시험세칙 개정에 따른 제조업체 회의를 통해 무선기기 관련 품목(감지기, 중계기, 수신기, 속보기, 시각경보기) KFI 기술 기준을 정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시행을 미뤘고, 무선 기술기준 조기 시행 건의 민원을 제기하자 소방청은 고시 개정은 일반적으로 8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행정규제기본법은 중요규제의 경우 심사 요청을 받은 날부터 45일 이내 심사를 끝내도록 규정한다. 누구라도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검색 기능을 이용하면 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상인데 원칙에도 없는 답변을 하고 있다. 부당한 규제 하나를 풀기 위해 A4용지 200쪽 분량의 민원과 제안을 해야 하니 규제개혁의 길은 멀기만 하다.

화재 안전 시스템 관련 무선기기 주파수 출력 향상 문제도 현장에 나와서 보면 문제를 바로 해결 할 수 있는데, 장기간 인력과 실험 연구가 필요한 실측 데이터를 요구한다. 한 바가지의 물이면 죽어가는 물고기를 살릴 수 있는데 물길부터 내라고 한다. 국민의 안전과 공익 관련 규제는 업체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서 나서야 한다.

아울러 법제처에서 비규제 심의 대상(기존 규제 완화 분야, 인·허가 범위와 규모 확대, 우수 및 혁신 제품, 안정과 건강 관련 규제가 아니라면 선행 규제 심의 제도, 샌드박스 규제)을 구체화하고 규제 심의를 단축하는 법안을 법제화해 규제 심의 절차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기술 개발에 바쁜 기업을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

규제 심의에 8개월 이상 걸리는 나라에서 4차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원 처리 기간을 입법화했듯이, 국민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이상 규제 심의 기간을 1개월 이내로 줄여야 한다. 규제개혁 민원 상담은 이해관계가 없는 인공 지능이 전담하고, 규제 개혁 관련 인력은 민원이 제기되면 현장으로 나가서 문제를 살피면 된다. 또 신구(新舊) 산업간 상호 이익 충돌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 규제개혁 체감도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국무조정실에서 규제혁신 구체적 의제를 제시하고 전방위적 규제 타파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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