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주식시장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코로나19(COVID-19) 직후 잠시 반짝한 1년을 제외하면 세계 주식시장에서 매우 저조한 상승률을 이어온 탓에 외국인은 물론 국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다수의 개인들까지 외면하는 시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수준으로 커진 기업은 많으나 그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 보니 국가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부족한 내수소비 기반은 불황과 인구 정체에 막혀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신기술 헤게모니에서도 후발 주자에 불과하니 미국이나 중국 기업들보다 가치를 낮게 평가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주식시장이 만년 저평가 상태에 머물며 점점 더 외면받는 것이 당연한 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상황을 놓고 생각해 볼 때 주식시장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바꿀만한 방법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단순히 공매도를 제한하고 연기금들에게 강제로 국내 주식을 매수하게 해서 될 일은 분명 아니다. 이런 조치는 장기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적 정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보다 가계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부동산 비중이 매우 높다. 주식보다는 투자 자산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한 전통적인 선호가 강한 영향이다. 개인의 주식 장기 보유 비중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역할을 하는 연금 자산의 규모가 아직 작은데다, 퇴직연금조차 확정급여(DB)형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제 주식시장을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급증하고, 연금 자산에서 주식 투자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더 이상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산 버블과 빈부격차 심화가 가져온 자본주의 위기 현상의 한 단면이기 때문에,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은 주식시장의 등락과 관계 없이 쉽게 사라질 현상이 아니다.
노령화로 인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연금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반영이고, 나라의 흥망과 궤를 같이 한다. 연기금들이 수익을 더 내기 위해 해외 투자 비중을 아무리 늘린다 하더라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소 보수적인 투자 결정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 연기금들의 수익률을 의미 있게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지금보다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시장 제도 개선, 주주권 보호 강화, 나아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실천을 독려할 수 있는 다방면의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 즉, 장기적 차원에서의 질적 개선이 중요하다. 미국 주식시장이 장기 호황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이런 요인도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주식시장의 '만년대계'를 논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