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육성이 시작된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업은 그동안 우리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농업환경 보전이라는 2가지 과업을 달성해나가면서 성장해왔다. 관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친환경인증 농산물의 출하량이 2000년 3만5000톤이던 것이 2021년에는 51만7000톤으로 약 15배 증가했는데 이제는 대부분 소비자가 친환경 농업이 무엇인지를 알고 친환경인증 농산물을 시장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이 이미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전술한 통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친환경인증 농산물의 출하량이 2000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2009년 236만톤까지 증가한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다가 현재와 같은 50만톤에 머물고 있는 것이 벌써 5년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친환경인증 농산물의 출하량 감소는 친환경인증이 유기농인증과 무농약인증으로 줄어든 데 대한 영향이 있기도 하지만 유기농인증과 무농약인증 농산물의 출하량만 따로 계산해봐도 2010년 116만톤에서 2021년 51만7000톤으로 크게 줄었기에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친환경인증 농산물의 출하량 감소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유기농업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친환경 농업 육성정책이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친환경인증 농산물도 결국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함에도 이를 등한시한 결과라는 주장을 한다. 실제 현장을 가보면 일반적인 방법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대다수 농업인과 달리 친환경인증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은 환경을 지키고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자부심이 강해 소비자나 시장보다는 자신의 정직한 농업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 편이다. 물론 소비자 중에는 이를 높이 평가하고 우선 구매를 하는 계층이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의 상한선이 5년 전부터 확인됐기에 현재와 같은 친환경인증 농산물의 출하량이 정체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농업 발전을 위한 기본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최근 정부가 친환경 농업 집적지구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친환경 농업 집적지구사업은 친환경인증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지를 한곳에 모아서 집적지구를 조성한 다음 생산자의 조직화를 통한 공동판매와 가공 등을 체계적으로 하도록 하는 사업으로 그동안의 친환경 농업과 달리 생산자들이 서로 모이고 힘을 합쳐서 소비자와 시장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이 2010년 수준 이상으로 다시 발전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인증 농산물 생산자들이 변화하는 시장환경 등을 파악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 환경과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친환경인증 농산물 재배에 집중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보다 많은 우리 국민이 친환경인증 농산물을 접하고 보다 넓은 농촌지역의 환경이 보전되는 것 또한 상당히 중요한 과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