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골디락스 함정 (Goldilocks Trap)

[MT시평]골디락스 함정 (Goldilocks Trap)

김성재 기자
2022.09.01 04:11

최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으로 조정을 받았던 주가가 저점 대비 20% 가까이 반등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어 가던 주식시장의 거품이 다시 커졌다. S&P 500 지수의 10년 평균 주가수익비율도 장기 평균 대비 50% 이상 높은 상태로 복귀했다.

이런 높은 주가를 정당화한 것이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다. 그런데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의미하는 골디락스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물가가 2%대에서 안정되어야 하고, 경제가 장기 평균 근처에서 꾸준하게 성장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이 조건이 충족되려면 몇 가지 선결문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 첫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 하락이 지속돼야 한다. 둘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셋째, 경제가 신속하게 성장세를 재개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선결조건은 상호 충돌한다.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물가를 하락세로 전환시키려면 실물과 자산시장에 동시에 충격을 줄 정도의 강력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웃돌 정도로 상승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 정도의 강력한 금리 인상에는 경기 침체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역설적으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 한, 최악의 수준으로 급등한 물가는 잡히지 않는다. 또한, 자산 거품이 붕괴된 후 침체에 빠진 경기가 회복세를 타는 데에는 최소 수년이 넘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한편, 연준의 긴축이 성공해 수요가 줄어들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었다고 해도 코로나가 완전히 퇴치되지 않는 한 글로벌 공급망의 해소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의 불안이 해소되기 어렵다.

즉, 골디락스의 재현에는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완전 종식, 경기의 약한 둔화와 회복, 그리고 통화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데 이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시장은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골디락스가 가능함을 시사한 파월 의장의 허언에 놀아났다.

투자자들은 시장이 직면한 상호모순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물가 하락과 경기 호조의 지속을 믿었다. 반면, 주가 급등은 물가를 잡아야 하는 연준의 행보에는 걸림돌이 된다. 부(富)의 효과로 인해 기껏 금리 인상으로 억눌러온 수요에 다시 불이 붙기 때문이다.

김성재 美 가드너웹대 경영학 교수
김성재 美 가드너웹대 경영학 교수

설상가상으로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갈 길 바쁜 연준의 앞길을 가로막고 나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켜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시늉을 했지만 실상 이 법이 담고 있는 내용은 생산 증가가 필요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증세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법의 재정적자 감축 규모를 능가하는 540조원 상당의 학자금 대출을 정부 재정으로 탕감하는 방안을 발표함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였다. 결국 파월 의장은 잭슨 홀 심포지엄에서 초강력 매파적 메시지를 통해 시장과 백악관에 경고를 보내야 했다. 골디락스 함정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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