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작용과 반작용

[MT시평]작용과 반작용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2022.09.02 02:05
윤태곤(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윤태곤(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좋은 정치는 무엇인가. 강한 정당은 무엇인가. 누구나 대답할 수 있지만 아무도 정확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나쁜 정치, 약한 정당에 대한 대답은 좀 더 쉽다. 좋고 강한 것은 추상적이지만 나쁘고 약한 것은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다.

좋은 정치, 강한 정당을 주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모든 정치인, 지지자, 유권자들이 좋은 정치와 강한 정당을 희망하고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결과가 영 좋지 않다. 더 좋은 단계, 더 강한 단계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나쁜 정치, 약한 정당을 구현한다.

정치부기자, 참모, 보좌진, 컨설턴트까지 출마 빼고는 정치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해봤지만 필자 역시 좋은 정치, 강한 정당이 구체적으로 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건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쁜 정치, 약한 정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좀 안다.

선한 의지나 힘이 부족해서? 그건 아니다. 오히려 선한 의지나 힘이 넘쳐서, 작용이 반작용을 불러일으켜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

지금 여권도 그렇다. 다음 네 문장을 보자. 1. 윤석열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2. 당정이 혼연일체가 돼서 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3. 우리 모두가 선공후사해야 한다. 4.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딱히 부정할 순 없는데 뒤로 갈수록 좀 애매해진다. 구체적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격론이 벌어질 명제들이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논쟁, 실천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구심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위들이 원심력 강화로 귀결된다. 윤리위 소집-당대표 징계-비대위 출범-가처분 인용-제2비대위 추진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돌아보면 잘 알 수 있다.

구심력 강화가 잘 안 돼 이런저런 묘수, 강수를 쓸수록 오히려 원심력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닌가.

"'윤핵관'이 문제"라는 주장이 여권 내부에서조차 힘을 얻자 '친윤'의 저변을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구체화하고 있다. 먼저 초선의원 수십 명이 연판장을 돌려 비대위 구성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법원의 브레이크 앞에서 다선의원들이 "두 번째 비대위는 무리"라는 입장을 밝히자 초·재선의원들이 그들을 공격하고 나섰다. '해당행위' '윤리위' 같은 원래는 무서워야 하지만 이제는 무섭지도 않은 단어들이 횡행한다. (비대위 재구성 불가론은) "이준석 복귀희망을 피력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이르면 솔직히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흐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친윤그룹'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기획은 '비친윤그룹'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여당 아닌 정당은 야당이고 주류 아닌 사람들의 모임은 비주류다. 지금은 친윤과 비친윤으로 나뉘지만 그 대립이 양질전화(量質轉化)하면 '친윤 vs 비윤'의 구도가 된다. 그다음 단계는 '반윤'의 등장이다.

다들 아는 법칙이 있다. 작용이 반작용을 낳고 빠가 까를 만든다. 이걸 안다고 해서 뭘 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잘못을 피해나갈 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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