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기조 강경 대비해야[MT시평]

美 긴축기조 강경 대비해야[MT시평]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09.08 03:50

[기고]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이라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남쪽에는 눈덮인 흰 산들이 이어지는 특이한 국립공원이 있다. 미국의 알프스라 불리우는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이다. 근처 휴양도시인 잭슨홀의 유서깊은 숙소인 '잭슨 레이크 로지'에서 바라보는 그랜드티턴의 눈덮인 산맥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에서 매년 여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움'이 열린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지난 8월 26일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전 세계 금융시장 참여자들과 정책 당국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요약하면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제에 부담이 되더라도 금리를 계속 올려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이 말이 나온 8월 26일부터 9월 6일까지 무려 1,100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주식시장도 폭락했다.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는 연준의장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식시장 폭락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대체로 전 세계 경기가 하락하면서 일부 신흥국들에는 위기가 찾아오곤 했다. 미국 금리가 낮을 때 미국을 빠져나가 수익률이 높은 신흥국들로 밀물처럼 흘러들어 갔던 달러가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서 다시 썰물처럼 미국으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빠져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일단 달러 확보가 관건이다. 2022년 8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64억 달러다. 작년 말에 4,631억 달러였는데 올해 들어 5.8%나 줄어들었다. 외환보유액의 적정 규모를 알기는 어렵지만 무역적자 등으로 계속 줄어드는 모습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단기외채는 전년 말 대비 11.6%나 늘어났고, 외환보유액 대비 비율은 41.9%로 45.5%를 기록했던 2012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7년 외환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 크게 늘어난 단기외채였다. 물론 외환위기 당시와는 달리 최근의 단기외채는 지급여력이 충분한 대형 은행들에 집중되어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환보유고는 줄어드는데 단기외채는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내 문제도 점검해야 한다. 금리는 오르는데 우리 금융기관들은 사상 최대규모의 가계부채와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늘어난 기업부채를 떠안고 있다. 다만, 국내은행 부실채권비율은 계속 낮아져 금년 6월 말 현재 0.41%이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크게 높아져 205.6%를 기록했다.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금융지원에 따른 지표 착시 가능성이 있는 데다 금리가 계속 높아지면 한계기업 및 가계부터 부실화가 진행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준의 긴축기조가 강경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좋지 않고 부채도 많이 쌓인 상태에서 미국의 금리인상까지 덮치고 있다. 외환부터 시작해서 국내 금융시장 경색 가능성, 가계·기업부실에 대한 대비까지 꼼꼼한 점검이 필요할 때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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