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정부가 국가 R&D(연구·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의 정부납부기술료를 기존보다 절반으로 줄이고, 연구자의 기술료 보상 기준을 높인 'R&D 선순환 촉진을 위한 기술료 제도개선 방안'을 이달 초부터 현장에 적용했다. 정부납부기술료는 기업이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개발한 R&D 성과로 수익을 낼 경우 수익 일부를 정부에 납부하도록 한 제도다. 부족한 정부 R&D 재원을 확보한다는 취지였는데, 최근 현장에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에 낮추게 됐다는 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설명이다. 이번 제도개선안에 따라 수익 대비 납부율은 대기업이 20%에서 10%, 중견기업이 10%에서 5%, 중소기업이 5%에서 2.5%로 하향된다.
이와 함께 대학과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가 R&D 성과를 민간에 이전하여 사업화에 성공한 경우, 보상금에 해당하는 연구자에 대한 기술료 사용 비용 기준을 50% 이상에서 6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러한 혁신의 성과를 바탕으로 R&D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R&D 예산 지원을 받는 대학과 출연연이 가진 지식재산과 연구성과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사업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 과학기술력이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되면서 공공연구기관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진 까닭이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국가와 공공기관이 R&D를 통해 확보한 기술 10건 중 9건이 사업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금리, 경기침체 장기화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 기술 이전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고, 기술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통해 우수 R&D 연구성과 창출에 대한 의욕을 고취하고자 하는 이번 제도 개선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은 '언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으로 기술이전·사업화 촉진에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그간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법'을 마련하고 20년 넘게 노력해왔다. 그런데도 그 성과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를테면 해당 법은 출연연별로 TLO(기술이전전담조직)를 두도록 했다. 하지만 변리사 등 해당 분야 전문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업무 특성상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순환보직제인 일반 공무원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당연히 직무 연속성,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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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연구자 기술료 보상 기준도 사실 적지 않게 주고 있다. 기관에선 연구자에게 인센티브로 60%를 떼주고 나면 나머지로 특허료, 보육 프로그램 지원비 등을 처리해야 하는데 예산이 너무 빠듯하다고 호소한다. 차라리 그 돈으로 전문인력을 뽑고 시제품 제작, 기술검증 등의 후속 R&D에 재투자하는 게 선순환 촉진 구조를 만드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TLO 팀장은 "R&D 선진국인 미국도 그렇게 안 준다. 우리나라가 기술 수준이 워낙 낮다 보니 빠르게 발전하자는 차원에서 50%라는 파격적이 조건을 내걸었던 것이고, 20년 이상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미미했는데 10% 더 준다고 나아지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연구성과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기술이전 구조를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TLO 전문화 등에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낡은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법'은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다시 손봐야 한다. '전면적 혁신'을 이뤄내는데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