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중장년 일자리는 안녕하십니까?

[기고]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중장년 일자리는 안녕하십니까?

권혁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
2025.04.18 05:00
권혁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
권혁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

"꽃보다 할배". 제법 오래된 예능프로그램인데 즐겨 봤던 기억이 있다. 꽃청춘 할배 연예인들만의 호사인 줄 뻔히 알면서도 아쉽긴 매한가지였다. 젊은 시절 앞뒤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라면 저 정도의 여유는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도리요, 순리건만 우리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노인 빈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년이라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지만 연금은 정년이 지나고도 한참 후에야 나온다. 그나마 연금을 받게 되더라도 그걸로 노후 생활이 온전히 가능하리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게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고령자의 현재'요, '청년들의 미래'라는게 사뭇 참담하다. 문제는 그보다 더 절박한 문제가 남아 있는 사실이다. 중장년 일자리 말이다.

중장년기는 전 생애에 걸쳐 자녀학비 등 가족 부양에 가장 많은 돈이 필요한 시기다. 실직이라도 되면 자존감은 한없이 추락하고 만다. 가족의 '위기'와 사회로부터의 '고립'은 가히 순식간이다. 중장년들에게 실직은 그래서 끔찍한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아직 정년 연장은커녕 정년까지 일하기조차 벅찬 현실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중장년 일자리문제는 늘 고용정책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오로지 청년과 고령자에게만 정책 역량을 집중시켜 왔다. 취업하면 정년까지 일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고용정책과 법 제도 탓이다. 중장년의 이직과 전직은 이미 낯선 일이 결코 아니다. 앞으로는 더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산업 대전환 시기에 연령에 상관없이 자신의 소질과 선호에 맞는 일자리로 이직할 기회는 늘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제는 중장년 일자리정책을 근본적으로 손보아야 할 시점이다.

첫째, 중장년 고용정책에 대한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중장년만의 고유한 일자리정책은 청년이나 고령자의 그것과 분명 달라야 한다. 정부는 중장년을 위한 고용 원칙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 최근 산업의 구조적 변화 속도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중장년에 특화된 자기역량강화 방안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중장년 고용정책을 시혜적 차원에서 설계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배려나 국가의 복지에 의존한 정책은 효과도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오히려 중장년과 기업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실직 경험이 있는 중장년은 일의 소중함을 잘 안다. 최선을 다해 일할 게 틀림없다.

오늘날 기업 효율과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수직적이고 경직적인 조직문화다. 흥미롭게도 중장년 고용정책의 핵심인프라가 바로 과업 중심의 수평적 조직문화다. 이쯤 되면 기업 입장에서 중장년고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중장년 고용정책만큼이나 정책 효능감이 높은 정책은 단언컨대 그 어디에도 없다.

최근 필자도 오십이 넘어 이직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이다. 번거로운 일도 한둘이 아니다. 그저 학교를 옮겼을 뿐인데도 그렇다. 하물며 퇴직 후에 새로 구직을 준비하는 중장년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 절박할 때 손을 내밀어 주는 게 '진짜 친구'다. 중장년 고용정책에 대해 새삼 꼼꼼히 되짚어 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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