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가 있다. 속담은 대부분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경륜이 깃들어 있지만 심리학자들은 이 말에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Burrhus F. Skinner)는 유명한 스키너 상자 실험을 통해서 조작적 조건화(Operational Conditioning)라는 용어로 인간의 학습을 설명했다. 조작적 조건화에서는 사람에게 특정한 혹은 원하는 행동을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했을 경우에 그 행동의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 보상을 줌으로써 정적강화한다. 이에 반해 특정한 행동의 발생 빈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 행동을 보였을 경우에는 처벌을 줌으로써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고자 한다.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화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우리의 속담인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적절하지 않다. 사람이 미운 행동을 보였을 경우에는 그 행동의 빈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떡이라는 보상을 제공하기 보다는 행동의 질에 걸맞는 처벌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주요하게 발생하는 문제 가운데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으로 학교폭력이 있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도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8654건으로 3년 전 대비 56% 증가했다.
학교폭력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주변 학생들에게도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서적 피해를 입히는 다중 범죄다. 그리고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피해 당시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학교폭력과 관련된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이르게 된다.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고자 하지만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화의 관점에서 오히려 학교폭력을 조장하고 있지 않나 의심이 든다. 간혹 우리가 학교폭력이라는 현상을 접하는 많은 언론과 드라마에서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을 일진이라는 용어로 지칭한다. 그런데 일진이라는 용어가 학생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진이라는 의미가 학생 중에서 잘 나간다는 의미로 사용돼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일종의 보상이라는 강화물로 작용한다. 즉 우리 사회는 학교 폭력 가해자에게 일진이라는 강화물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행동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는 역설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일진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높여주는 보상은 즉각적으로 주어진다. 이러한 처벌과 강화 간의 발생하는 시간 차이로 인하여 학교 폭력 가해자에게 잘못된 행동을 더 자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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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가 학교 폭력 가해자를 지칭하는 용어의 선택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가해자는 가해자일 뿐이지 일진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지적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에 대한 정보를 가장 자주 접하는 언론과 드라마 등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청소년의 인성 발달에 중요한 시기에 용어 지칭의 잘못된 인식으로 학교폭력을 부추기는 TV 프로그램이 없기를 바란다. 덧붙여 학교폭력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엄중하고 신속하며 확실하게 이루어짐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