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쇠녹가루, 아연이 희귀금속으로 변신 중

[투데이 窓]쇠녹가루, 아연이 희귀금속으로 변신 중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5.08.21 02:05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쇠녹들, 특히 장마철엔 방치하면 철성분이 녹슬면서 보기 흉한 모습이 연출되는데 그중에서도 붉은색의 '철녹'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붉은 녹으로도 불리는 철과 산소가 연결된 이 산화철이 한 과학자의 노력으로 현대의 첨단사회에서 매우 유용하고 놀라운 물질로 재탄생해 화제다.

이 놀라운 물질인 '엡실론 산화철' 합성에 성공한 도쿄대학 대학원 이과학연구과의 오코시 신이치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산화철 중에서도 적녹으로 불리는 물질이 알파층의 결정구조며 이 교수는 또 다른 결정구조인 엡실론형 구조를 가진 산화철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발견된 물질이 매우 큰 보자력(保磁力·자석이 돼 계속되는 힘)을 지닌 자성물질, 즉 강한 자석으로 알려져 다양한 응용이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자석의 경우 희소원소가 사용되지만 이 소재를 사용하면 그러한 원소가 필요치 않고 실제로 철과 산소만으로 만들 수 있다. 붉은 녹가루 자체는 자석이 아니지만 철 대 산소의 비율이 2대3으로 이뤄졌고 조립방법을 바꾸면 그 결과가 달라진다. 이를 위해 결정체 크기가 커지지 않도록 유리로 코팅하면 엡실론 산화철로 변하고 보자력이 매우 큰 쓸모가 많은 물질로 탄생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이 물질의 한 가지 응용분야는 자료를 기록하는 것이다. 특히 자기테이프의 차세대 소재로서 잠재력이 높기 때문에 주목받는다. 마그네틱테이프 백업데이터 시장은 생각보다 큰데 금융, 보험 등 중요한 데이터를 10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저장하는 방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기대를 잔뜩 받고 있다.

특히 자기테이프 방식은 전기요금이 저렴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고 알려져 백업데이터 방법으로 주목받는데 이 앱실론 산화철 자석을 활용하면 매우 작은 크기로 만들 수 있기에 밀도가 10배 이상 높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자기테이프의 경우 보험 및 금융업계 외에 구글도 백업데이터에 사용해 필요성이 크게 늘었다.

또 다른 중요한 응용분야와 역할은 전자파 흡수재료다. 예를 들어 무선의 세계가 더욱 발전함에 따라 지금의 5G에 이어 6G, 7G 시대의 자동차 레이더, 와이파이, 자율주행 시스템 등에서 사용되는 전자파는 고주파를 뛰어넘어 밀리미터파로 불리는 초고주파 시대가 오고 이에 따른 전자파 흡수장치는 필수다.

아직까지 밀리미터파를 흡수하는 소재가 없었으나 이 엡실론 산화철이 탁월한 흡수능력을 발휘하며 이미 상용화됐다. 지금보다 1000배 이상의 정보가 순간적으로 전송되는 공간에서 미리 안전한 전송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이 물질의 최종 목적지는 지금까지 현존하는 최강 수준의 자석인 '네오디뮴 자석'의 대체재다. 네오디뮴 자석에는 희귀하고 값비싼 원소, 흔히 얘기하는 희토류가 필수인데 이 연구팀은 일반 철과 산소를 이용해 네오디뮴을 능가하는 자석을 만들어 국가간 자원분쟁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한편 한국에도 도쿄대 같은 연구실이 아닌 기업에서 네오디뮴을 바로 대체할 수 있는 광물을 생산하는 곳이 있다. 비철제련부문 세계 1위 고려아연은 아연 등을 제련하며 얻은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 네오디뮴의 차세대 대체재로 각광받는 비스무트를 연간 약 900~1000톤을 생산해 국내외에서 판매한다.

비스무트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에 대비해 첨단 전자업계의 필수품인 네오디뮴 자석의 대체재로 거론될 정도로 중요한 전략광물이며 앞으로 다국간 통상협상에서 비장의 '무기'로 쓰일 전망이다.

주요 자원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일본과 한국이 이처럼 연구실에서, 기업에서 각고의 노력과 훌륭한 기술력으로 거대 자원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땀의 결실이 그들과 맞서 거꾸로 이니셔티브를 가질 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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