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저승사자가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

[투데이 窓]저승사자가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5.09.09 02:05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애니메이션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때문에 바티칸의 김대건 신부 성상은 물론이고 저승사자 논란이 일었던 세종시의 갓 쓴 예인 조형물이 다시금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저승사자가 주목받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라 연원이 있었다.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에서 이창(주지훈 분)은 좀비떼 사이에서 생명을 살리려고 고군분투한다. 그의 갓은 이러한 분투 속에서 간지 나는 스타일이 됐다. 한국인은 더이상 착용하지 않는데 '킹덤' 때문에 아마존에선 한국의 갓이 절찬리에 판매됐다.

2025년 범접(BUMSUP)이 선보인 '몽경(夢境)-꿈의 경계'에선 말 그대로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삶과 죽음의 문지기인 저승사자가 갓 퍼포먼스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무대 퍼포먼스를 '케데헌'에선 사자보이즈라는 아이돌그룹을 통해 재연한다. 갓을 착용한 사자보이즈의 무대 퍼포먼스가 큰 화제가 돼 '소다팝' '유어 아이돌'이라는 노래도 빌보드 상위권에 랭크됐다. 죽음의 존재로 간주되는 저승사자가 인기를 끄는 게 생경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저승사자를 젊은 세대의 무엇에 대한 공포, 혹은 소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싶다. 원래 저승사자는 인간과 혼령 사이의 존재면서 악령과 신 사이에 존립할 수 있는 경계인이다. '케데헌'의 저승사자는 중간자적 입장을 확장해 좀 더 죽음도 극복 가능한 초월적 존재로 부각된다. 젊은 세대 사이엔 저승사자에 대한 경외와 두려움이 공존하고, 죽음을 초월해 존재하는 그들을 부러워하는 듯싶다.

그렇다면 악령과 신 사이의 존재, 그리고 죽음을 초월한 존재로서 저승사자는 어떤 맥락으로 청년들에게 어필하는 걸까. 우선 좀비와 비교할 수 있다. 좀비는 그냥 공포의 대상이었다. 자신들의 등골을 빼먹고 목숨을 앗아가며 그들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좀비는 생산성이 없고 오로지 다른 이들을 착취하면서 생존하는데 의식조차 없다. 이는 노령화와 질병으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유럽의 상황을 반영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러한 좀비 같은 존재가 되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의 불안, 공포감이 좀비물이 흥행한 배경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러한 인식이 조금 달라졌다. 좀비같이 되지 않으려고 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젊은 세대도 다른 이들을 감염시키는 좀비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했다. 그래서 한동안 좀비물 자체가 사라졌는데 그나마 색다른 영화 '좀비딸'이 2025년에 주목받았다. 바로 기존 좀비물을 극복한 콘셉트였기 때문이다. 비록 좀비에 감염됐지만 극복하는 것이 중요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젊은 세대도 건강관리를 최우선으로 한다.

이런 맥락에서 '케데헌'을 보자. 좀비는 '케데헌'에서 악령이 됐다. 원래 사람이었던 진우는 악령에 포획됐어도 영화 '좀비딸'처럼 인간다움을 갖고 번민한다. 루미에 대한 관심, 지원을 볼 때 저승사자 진우는 한층 진화한 좀비악령인 셈이다. 휴머니즘을 갖고 죽음을 초월하는 존재로 거듭난다. 심지어 악령의 혼혈인 루미를 살린다. 시즌2에서 진우가 살아나 악령을 극복하면 더 열광할 것이다. 이는 비록 좀비악령이 됐어도 선한 존재가 되고 싶은 젊은 세대의 욕망의 투영이다. 재난, 바이러스 감염 등 그 어느 때보다 좀비악령이 될 위험이 높은데 이를 극복하는 진우와 사자보이즈는 매력적이다.

물론 지금 우리가 인식하는 저승사자는 '전설의 고향' 버전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선시대엔 오히려 관복을 입었다는 주장도 있다. 판관 포청천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문화 캐릭터는 계속 진화하기 마련이다. 비교 대상이 다를 수 있지만 좀비도 처음의 모습과 달리 끊임없이 진화했다. 무엇보다 공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케데헌' 이후 만들어야 할 콘텐츠의 방향성이 제시된다. 저승사자는 두고두고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을 텐데 이 점을 특화해야 한다. 극복과 성장, 상호 구원의 서사 속에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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