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안 좋은 생각

[청계광장]안 좋은 생각

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2025.12.12 02:06
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살다 보면 좋지 않은 생각과 감정이 지속적으로 머릿속을 맴돌아 괴로운 때가 있다. 심하면 지병처럼 뇌에 각인돼 정신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대부분 그 원인이 해결되면 자연스레 없어지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세상에는 우리의 근심을 해소할 만한 일이 많이 있다. 가벼운 산책이나 여행,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마음을 환기시키는 온갖 일이 모두 안 좋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하지만 너무 괴로운 나머지 그런 것들을 생각지도 못하거나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스스로 괴로운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는 경우가 쉽지 않은 경우다. 상황에 따라 수용범위를 벗어나는 충격적인 일들이 있기 마련이라 그것에서 벗어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 고통에 머물러 있을 때 스스로 그것을 알아차리고 그 상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육체도 긴장이 지속되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듯 마음도 긴장이 지속되면 골치가 아파진다. 긴장과 이완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하다. 육체적 건강이 몸에 불편함이 없는 상태이듯 정신적 건강 또한 불편한 마음이 없는 편안한 상태다. 마음이 특정 감정이나 생각에 지속적으로 머물거나 맴돌 때 수행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정신적 질환 또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하다.

그러면 어떻게 안 좋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물론 부정적인 인연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우리 삶은 그러지 못한 상황이 대부분이다. 모두 삭발하고 출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출가도 당장의 환경적 문제는 해결해 주겠지만 우리 내면의 본질적 문제는 스스로 수행으로 깨우쳐 나갈 수밖에 없다. 우선은 마음속 문제를 문제 삼아 없애려 하면 해결되지 않는다. 정신적 질환도 그 부정적 현상을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더 각인되기 쉽다. 부정적 현상을 제쳐두고 하나의 집중할 대상을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 끊임없이 오락가락하겠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그 현상도 문제될 것은 없다. 단지 집중할 대상으로 계속해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집중의 대상은 종교인은 그 신앙의 대상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걷거나 운동하는 등 자신이 잘하거나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보통 절에서는 108배나 3000배를 하거나 "이 뭣고"하고 화두를 들거나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기도 하고 수천 페이지의 경전을 사경하기도 한다. 그렇게 꾸준히 집중을 통해 고요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수행의 목표다. 수행은 마음에 아무런 일도 없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시끄러울 때 필요한 것이다. 수행의 목적이 무슨 초인이 된다거나 신통한 사람이 되고 미래의 일을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끄러운 번뇌로부터 벗어나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마음이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속 편한 사람에겐 별일 아닌 것 같아도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대상에 집중해서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문제로부터 벗어나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우리는 나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삶의 과정 속에 일어나는 많은 번뇌를 겪기만 하지 그것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게을리한다. 자신을 사랑한다면 더욱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젠가 지인이 "세상을 버리고 출가하니 좋으냐?"고 묻기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나와 세상을 버리는 것이 출가가 아니라 나와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것이 출가다"라고. 우리는 세상에 깊이 빠져서 살아가지만 나 자신의 내면에는 한 걸음도 다가가지 않는다. 내면의 평화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살아가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세상 모든 일이 나에게 평화를 안겨다 줄 것이다. 반면 자신을 잃고 세상의 일들만 좇다 보면 자신도 잃고 세상도 잃게 될 것이다. 세상을 위한 사랑도 자신의 평온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너와 내가 모두 평안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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