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는 '간결함이 더 풍부하다'는 의미로 20세기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거장 미스 반데어로에의 철학이다. 그는 1933년 폐쇄된 독일의 원조 바우하우스(Bau Haus)의 마지막 교장으로 장식을 제거한 극도의 절제를 통해 구조와 공간 그 자체를 아름다움으로 만든 현대 건축가다. 건축물에서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고 단순한 선과 개방된 공간을 통해 구조의 본질을 드러내고 기능에 집중할 때 혼란이 제거되고 명료함을 얻어 비로소 아름다움과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현대건축뿐 아니라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이 원리는 소통에서도 유효하다. 언제(Always on) 어디서나(Everywhere) 디지털 기술로 인해 개인·집단·사물이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연결된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설명하고 해명하며 덧붙인다. 말이 많아질수록 의미가 분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심이 흐려진다. 불필요한 말을 덜어낼수록 메시지는 또렷해지고 여백이 생길수록 상대는 이해할 공간을 얻게 된다.
소통의 목적은 표현이 아니라 전달이기에 '상대방이 지금 무엇을 알면 되는가'를 파악해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덜어내는 용기가 요구된다. 역설적이게도 갈등을 키우는 말은 대부분 추가설명이다. 해명하려다 자칫 변명처럼 들리고 설명하려다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모든 사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필요한 진실만 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엔 '간결함이 지혜의 핵심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간결함이란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함축하는 힘이다. 소통에서 '레스'(less)는 결핍이 아니라 가장 잘 이해시키는 '집중'이다. 간결한 소통이란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지를 정확히 표현하는 능력이다.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언어의 응축을 통해 행간에 더 많은 의미와 감정을 담아내는 시적 표현은 간결함이 어떻게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광고문구 역시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미학을 우선으로 한다. 짧고 간결하며 함축적인 문구는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다. 복잡한 설명 없이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핵심을 꿰뚫는 단순한 메시지는 기억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우며 행동을 유발하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많은 단어로 적게 말하지 말고 적은 단어로 많은 것을 말하라'는 탈무드에 나오는 교훈이다. 간결함이 소통의 핵심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정보의 홍수와 끝없는 복잡성 속에서 길을 잃기 쉽다. 그러므로 혼란 속에서도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며 간결함 속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는 리더십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너무 복잡하고 장황한 말은 오히려 가치 없는 말로 전락하기 쉽다. 단순한 것이 항상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고는 항상 단순하다. 명나라 후기의 문인화가 동기창은 소중현대(小中現代), 즉 '작은 속에 큰 것이 드러난다'는 가치를 추구했다. 구체적 묘사나 장황한 서술보다 간결한 필치와 여백을 통해 그림이 담은 거대한 자연의 기운이나 깊은 철학적 의미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퓰리처상을 창설한 조세프 퓰리처는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할 것이다.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무엇보다 정확히 써라, 그러면 독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다"라며 역시 간결함을 강조했다. 말 많은 세상이다. 과식은 풍족함에도 불구하고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오히려 초콜릿케이크를 적게 먹을수록 더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