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이 제도는 소액으로도 초기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도입 첫해엔 13개 중개업자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며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는 듯 보였고 일부 성공사례와 함께 전문투자자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그러나 벤처혁신기업의 직접금융 창구로 기대를 모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현재 모습은 성장정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2025년 12월 말 기준 자금조달에 성공한 기업은 1093개사, 누적 조달금액은 2346억원, 누적 일반투자자 수는 9만9319명에 그친다. 규모와 성장성, 참여자 측면에서 벤처·창업기업의 대표적인 시장기반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최근 한국예탁결제원이 개최한 제도 도입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성장한계의 원인으로 코넥스나 코스닥 상장, M&A(인수·합병)로 이어진 비율이 1%에 불과해 투자회수에 성공한 경험이 축적되지 못했고 유통시장이 미비해 투자금 회수가 사실상 단절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중개업자들 역시 제한된 영업범위와 축소된 시장규모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성장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의 실현'과 '벤처투자의 대중화'라는 국정과제를 고려할 때 창업 초기 투자비중이 높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필요하다.
문제는 현행 구조가 높은 위험을 개인투자자에게만 전가한다는 점이다. 기관투자자들은 다수의 소액투자자 참여로 인한 지분분산, 경영권 불안정, 의사결정 복잡성 등을 이유로 크라우드펀딩 기업엔 후속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K크라우드펀드를 중심으로 정책자금이 투입되지만 그 규모는 혁신성장펀드 15조원 대비 3.77%, 연간 벤처투자 12조원 대비 4.71%에 불과해 정책자금 중에서도 지원비중이 가장 낮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유통시장의 활성화다. 크라우드펀딩 전용시장인 KSM(KRX Startup Market)은 거래종목이 29개에 그치고 거래량도 미미하다. 미국주식의 소수점 거래와 24시간 코인거래가 일상화한 환경에서 투자회수가 어려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난 10년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성장이 정체된 것은 개별 플랫폼이나 발행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과 회수구조가 결여된 제도설계의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제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만의 차별화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즉 단기수익을 좇는 위험하고 불편한 투자가 아니라 소액으로 참여하는 합리적인 투자이자 기업과 장기간 함께 성장하는 '관계투자'로 재정의될 때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비로소 벤처투자 대중화라는 본래의 정책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