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전국 10개 군에서 농어촌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을 농촌부터 시행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정당화될 수 있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소득이 절반 수준이고, 소멸 위기에 있다. 농촌은 식량을 생산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이 소멸하지 않고 발전해야 도시의 주거비가 안정되고 취업 경쟁도 줄어든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과연 소멸해 가는 농촌을 되살릴 수 있을까?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10개 군 모두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돈이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다. 기본소득은 지역화폐로 지급된다. 돈을 받을 때뿐만 아니라 쓸때도 효과가 나타나도록 설계된 것이다.
지역에서 소비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생기고 사람이 오게 된다. 이를 위해 사용처에 대한 제한이 있는 것이고 초기 불편이 있더라도 이는 꼭 필요한 사안이다. 생필품을 구매할 곳이 없던 지역에서는 이동 판매장을 운영하거나 협동조합 판매장을 만들었다. 또 청년 창업을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효과는 머지않아 객관적인 통계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농촌 주민 스스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나섰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햇빛소득 마을 만들기 운동이다. 햇빛소득은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펀드를 모금해 공유지나 농지 위에 재생발전소를 설치한 뒤 지분을 획득해 이윤의 일부분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대부분 1년에 1인당 100만원 이상의 햇빛소득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바다가 있는 곳은 훨씬 더 많은 소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마을을 햇빛소득마을로 만들겠다는, 또 군민 전체를 협동조합원으로 만들겠다는 지역이 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농촌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시범사업에서 떨어진 군에서도 이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면 단위의 돌봄과 일자리, 그리고 교육을 살려내는 운동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 마침 면 단위마다 기본사회 센터를 세우자는 제안이 있다. 폐교 등을 활용해 기본 주거, 기본 돌봄, 기본 일자리, 기본 교육의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본사회 센터는 80대에게는 돌봄 서비스를, 60대에게는 돌봄과 교육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귀농한 청년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센터에 속한 저렴한 기본주택에 살면서, 농어촌기본소득과 햇빛소득을 지원받고 농지를 임대받아 농사 기술을 익힐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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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단위의 주민 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회복시켜야 한다. 주민 자치위원회에서 기본사회 센터를 감독·운영하고, 마을 단위의 공동 경영과 공동 사업도 모색해야 한다. 주민들이 이같은 공유 의식을 가지면 가질수록 마을은 발전할 수 있다. 군사 정권에 의해 사라졌던 면 의회와 면장 직선제도 재도입돼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해야 할 일도 있다. 첫째는 시범사업 지역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스스로의 힘으로 기본소득을 실시하려고 노력하는 군은 시범사업에 추가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정부는 2년 뒤 이 사업을 전체 인구소멸 군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2년을 기다릴 게 아니라, 당장 27년도부터 20개 이상의 군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햇빛소득이 차질없이 지급되도록 전력 계통 연결을 보장하고 발전 출력 제한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갈등이 큰 지상 송전망 대신에 고속도로나 철도부지를 활용한 지하 직류 송전망 건설이 추진돼야 한다. 이것은 AI 전환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사업이다.
2009년 경기도에서 시작된 무상급식은 이제는 모든 지역의 모든 학교로 퍼져나갔고, 뉴욕과 런던까지 수출됐다. 농어촌 기본소득도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기본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