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6000을 돌파하자 당정의 시선은 코스닥 3000으로 옮겨갔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디지털자산을 활용해 코스닥 3000을 달성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토큰증권(STO)이 단순한 미래 담론이 아니라 코스닥 시장 활성화의 현실적 정책수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직후 토큰증권 관련주들이 증시에서 큰 폭으로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감이 즉각 반영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토큰증권이 코스닥 성장에 기여하는 경로는 명확하다. 비상장 스타트업이 토큰증권으로 초기 성장자금을 확보한 뒤 코스닥 기업공개(IPO)로 연결되면 상장기업 수가 늘어난다. 기존 코스닥 상장사는 보유한 특허·콘텐츠·사업권 등 자산을 토큰화하면서 추가 유동성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이게 된다. 조각투자 유통플랫폼(장외거래소)과 코스닥간 연계구조가 갖춰지면 장외 거래물량이 장내로 유입되며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담보력과 신용도가 낮아 전통 금융에서 소외됐던 중소·벤처기업에게 특정 자산이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직접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제4의 자금조달 통로'가 열리는 셈이다.
제도적 퍼즐도 빠르게 맞춰지고 있다. 지난 1월15일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달 13일 금융위원회가 KDX·NXT 컨소시엄을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예비인가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법적 근거와 유통 인프라가 동시에 갖춰졌다.
글로벌 시장에선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24시간 토큰증권 거래 인프라를 선언하고, 블랙록·JP모간이 토큰화 금융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각국의 인프라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30년 국내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36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이 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로 자리잡으려면, 법제화와 인프라 구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인프라가 갖춰진 다음의 승부처는 상품 경쟁력이다. 기업이 보유한 특허 포트폴리오·콘텐츠 저작권·프로젝트 수익권 등은 기존 금융이 다루지 못한 영역이다. 이런 비정형 자산을 투자 가능한 증권으로 구조화하는 역량이 코스닥 3000의 실질적 동력이 될 것이다. 이미 민간에선 글로벌 핵심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지적재산(IP) 전문기업과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간 전략적 투자·제휴를 통해 특허 로열티 기반 토큰증권 상품화가 시작됐고, 정부 역시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주관 정책포럼을 통해 IP 토큰증권을 공식 의제로 채택한 바 있다. 선박·미술품·부동산에 이어 IP까지 기초자산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은 토큰증권 시장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단일 자산군에 집중했던 초기와 달리, 다중 자산군 구조를 갖춘 플랫폼이 시장 다변화의 핵심 인프라로 부각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남은 과제는 시행령 설계다. 개인투자자 투자한도·기초자산 가치평가 체계·증권신고서 기준 등 세부규정이 상품 출시 속도와 초기 시장의 유동성을 좌우한다. 민간의 준비가 가속화된 만큼 제도 설계가 시장의 실행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코스닥 3000은 단순히 지수 목표가 아니라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과제다. 토큰증권은 그 설계도의 핵심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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