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 국제 정세는 대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부정선거 카르텔'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며 단행한 군사·사법적 조치들이 전 세계에 거대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3일, 국제적 선거 조작 네트워크의 핵심 축으로 지목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전격 체포되어 뉴욕 법정으로 압송된 사건은 서막에 불과했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2월 28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2020년과 2024년 선거에 개입해 트럼프를 저지하려 했으며, 이제 미국과의 재개된 전쟁에 직면했다"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말했다.
부정선거 논란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SNS와 대안 매체를 통해 꾸준히 제기되던 의혹들이 최근 이준석 의원과 전한길 강사 등의 '부정선거 끝장 토론'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7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 마라톤 토론은 누적 조회 수 600만 회를 돌파했다. 산술적으로 유권자 7명 중 1명이 본 셈이다.
더는 부정선거 논란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선거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을 음모론이나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냉소적 태도부터 경계해야 한다. 의혹은 검증으로 이어져야 하며, 그 결론은 증거에 따라 언제든 갱신될 수 있어야 한다. 선거라는 거대한 행정 시스템은 완벽할 수 없다. 오히려 유권자가 "정말 문제가 없나?"라고 묻고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선거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다.
물론 SNS에 유포된 일부 조작설이 음모론적 서사를 띠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극은 그런 서사가 검증의 출발점이 아니라 공론화를 봉쇄하는 종착점이 될 때 발생한다. 과학적 근거를 확인하기도 전에 음모론과 가짜뉴스라는 '봉인지'를 붙여, 그것도 공권력으로 유권자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는 그 의도가 무엇이든 민주주의를 고사시키는 독이 된다. 그 독이 퍼진 자리에 남는 것은 제도에 대한 깊은 불신과 좌절뿐이다.
선거 제도에 대한 신뢰는 "믿느냐, 마느냐"를 따지는 종교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확인 가능한 규칙과 투명한 절차의 문제다. 민주주의는 체제가 완벽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결함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점검하며 바로잡는 복원력으로 유지된다. 열린 사회의 다른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선거 제도 역시 유권자 위에 군림하는 성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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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응은 안이한 측면이 있다. 의혹 해소를 위해 내놓은 대책은 '껍데기만 투명한' 사전 투표함 홍보에 그치고 있다.
"만약 인간이 천사라면 어떤 정부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천사가 인간을 다스린다면 정부에 대한 외부적·내부적 통제는 전혀 필요 없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는 정부를 구성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여기에 있다. 먼저 정부가 국민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다음으로는 정부가 스스로를 통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제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의 말이다.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