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발발한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전세계 금융 시장은 혼란 그 자체에 휩싸여있다. 그런데 시장참여자들이 너무 지정학적 이벤트에 주목하다보니 연준 의장 교체 이슈에 대해선 관심이 크게 낮아진 듯 하다. 현재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에 대한 의회 인준은 난항을 겪고있다.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 의원은 전직 파월 의장에 대한 법적 리스크가 제거되지 않는 이상 인준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있다.
차기 연준 의장 임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연준의 통화 정책 스탠스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이란 전쟁이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면서 연준의 정책적 혼란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 동안 연준은 트럼프 행정부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이는 미국 내 고용과 물가 안정을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비롯한다. 연준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목표치인 2%를 넘은 바, 기준금리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의 물가 상승은 관세로 인한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라는 입장이다. 매년 관세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면 전년 대비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당해에 그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에도 어느 정도 힘이 실린다.
연준은 단기적인 물가지수 변화보다는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주목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러-우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부터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선 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최대 9.1%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지수는 크게 하락하면서 2%대 후반으로 진입했지만 2년 가까이 지나도록 '마지막 1마일'을 끌어내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 물가 상승의 장기화는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낳을 수 있는데, 연준은 이 부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는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보다는 AI의 강한 성장이 생산성 을 높여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으로 보고있다. 연준의 고민은 기우라며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터져나온 이란 사태는 연준의 물가 상승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국제유가의 급등을 불러와 공급 사이드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을 크게 높이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이후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친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스티브 마이런은 여전히 연내 4회 정도의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신중해야 한다는 점, 즉 일정 기간의 "금리 동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배스 해먹 총재를 비롯한 일부 위원은 되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금리 인하 혹은 동결"에서의 고민, 혹은 "금리 인상 혹은 동결"의 갈등 구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인하 / 인상 / 동결을 놓고 충돌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 의장의 레임덕과 신임 연준 의장의 인준 난항까지 겹치며 연준 통화 정책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금리의 표준인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혼란은 전 세계 금리의 변동성을 높이는 악재다. 이란 사태 이외에도 큰 혼란 속에 놓여있는 연준의 행보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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