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와 에너지 위기로 농업은 이제 '날씨'뿐 아니라 '에너지'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산업이 됐다. 여기에 온난화 및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까지 더해지면서, 농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중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메탄은 배출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온난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약 28배에 달해, 벼 재배 비중이 큰 우리 농업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동시에 줄일 것인가."
논에서 메탄이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벼 재배 내내 물을 가두는 담수 구조 때문이다. 토양이 물에 잠기면 산소 공급이 차단된 환원 상태로 바뀌고, 이 환경에서 메탄 생성균이 활발해진다. 해법의 방향은 분명하다.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저탄소 물관리와 에너지 절감형 재배 기술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는 경제·산업 전반에서 일고있는 '녹색 전환(GX)'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농촌진흥청의 저탄소 벼 재배 기술 패키지는 이러한 전환을 논에서 구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이다. '마른논 써레질', '다중물떼기', 'ICT 기반 논 물관리 이행 확인 계측기'로 구성되며, 각각 에너지 절감·온실가스 감축·데이터 기반 검증 역할을 맡는다.
마른논 써레질은 논이 마른 상태에서 흙을 부수고(로터리) 고르는(평탄) 작업을 마친 뒤 물을 대는 방식이다. 기존 담수 상태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무논 써레질 방식 대비 메탄 배출을 약 14.0% 줄이고, 불필요한 농기계 운행을 줄여 에너지 사용량도 약 17.7%까지 낮출수 있다.
더불어 토양 교란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줄여 수질 환경 개선에도 기여한다. 다중물떼기는 벼 생육 단계에 맞춰 논물을 여러 차례 빼 토양에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상시 담수 재배보다 메탄 발생을 최대 44.0%까지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되려면, 물관리 과정 전반을 뒷받침할 디지털 기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ICT 기반 논 물관리 이행 확인 계측기는 그동안 재배기술 확산을 가로막던 '노동과 기록 부담' 문제를 해결해 준다. 논에 설치된 센서와 영상 장치가 수위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기록한다. 농업인은 스마트폰으로 논 상태를 확인하며 최적의 물관리 시점을 판단할 수 있고, 축적된 데이터는 감축 성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동시에 측정·보고·검증(MRV)의 기반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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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데이터는 저탄소 농업프로그램, 직불제, 저탄소 농산물 인증, 탄소 크레딧과 연계되어 경제적 가치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농업인이 줄인 탄소와 아낀 에너지가 'K-Credit(한국형 탄소크레딧)' 제도를 통해 보상받을 때, 저탄소 재배 기술은 새로운 소득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농업 경쟁력은 이제 물과 에너지를 얼마나 정밀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논은 더 이상 메탄을 배출하는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를 아끼고 탄소를 줄이는 녹색 전환의 전초기지로 바뀌고 있다. 논 한 필지를 '에너지를 덜 쓰고 메탄을 줄이는 공간'으로 바꾸는 실천, 그 작은 변화가 우리 농업이 기후와 에너지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