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홈플 전단채 先배상, 책임주의 흔들린다

[사설]홈플 전단채 先배상, 책임주의 흔들린다

머니투데이
2026.09.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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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 불완전판매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선배상 후정산'을 검토한다고 한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건에 대해 제재 확정이나 회생절차 종료 전 먼저 배상하고 손실이 확정되면 사후 정산하겠다는 것이다. 피해자 구제가 시급하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책임이 확정되기 전에 금융회사에 배상을 요구하는 방식은 책임있는 주체가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는 책임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은 법원의 판단이나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책임이 규명되고 손해액이 확정된 후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법적 책임이 확정되기 전 금융회사의 자율배상을 유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당국은 은행에게 법원 판결 전 피해자와 합의해 배상하도록 유도했다. 은행들은 자율 배상에 응하면 배임죄 처벌이나 주주 소송을 당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당국의 압박에 결국 수용했다.

법원은 금융상품 투자에서 자기책임 원칙을 중시한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은 홍콩E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가 판매 은행을 상대로 낸 1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투자자의 책임 범위를 넓게 해석한 것이다. 당국이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와 책임 범위를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배상을 유도하는 데 신중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금융시장의 자기책임은 투자자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상품 설계·발행·운용·판매에 관여한 주체는 각자의 역할과 의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판매사들이 투자자에게 선배상에 나설 경우 운용사나 발행·주관사 등 다른 참여 회사에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뒤로 빠지고 각 회사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가려내는 별도의 법적 다툼이 뒤따르는 것이다. 피해 배상은 앞당겨질지 모르지만 정작 책임 규명은 뒤로 밀리는 셈이다.

무엇보다 금융사고 때마다 선배상을 요구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법과 규정보다 그때그때 당국의 판단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 있다.

당국이 할 일은 신속한 검사와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책임을 가려내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상품에 단계별로 참여한 회사들의 역할과 책임을 사전에 명확히 규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책임 있는 주체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는 원칙까지 뒤집어서는 안 된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금감원 제재심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을지로위와 MBK홈플러스사태해결 TF,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입점업체 및 전단채 피해자들은 사태 해결에 책임져야 할 MBK파트너스에 대한 금감원 제재가 5개월째 멈춰있다며 제재심을 조속히 열어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6.7.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금감원 제재심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을지로위와 MBK홈플러스사태해결 TF,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입점업체 및 전단채 피해자들은 사태 해결에 책임져야 할 MBK파트너스에 대한 금감원 제재가 5개월째 멈춰있다며 제재심을 조속히 열어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6.7.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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