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교육청 정책 제각각…"공신력 확보 위해 조율 시급"
'자기주도학습'의 주가가 나날이 치솟고 있다. 주입식 암기교육에 대한 반성이 주된 배경이지만, 정부가 국제중·특목고 입시에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인기에 한 몫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혼돈도 만만치 않다. 교육업체 치고 언급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자기주도학습이 '붐'이지만 막상 '자기주도학습이 뭐냐'고 물으면 정부나 업체나 대답은 제각각이다.
이에 자기주도학습을 교육현장에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교육 안받으면 자기주도학습?=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10일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외고, 국제고 입시에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에서 위촉한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결과와 학습 잠재력을 기준으로 신입생을 100% 선발하는 방식이다.
교과부는 사교육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생활기록부, 학습계획서, 학교장추천서를 전형 요소로 하되, 영어 등 인증시험 점수, 경시대회 수상경력 등은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외고의 경우 영어 외에는 교과성적을 보지도 않는다.
교과부는 이 같은 전형 방식을 '자기주도학습 전형'이라고 명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다.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어떻게 평가할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이라고 명명하려면 기본적으로 자기주도학습자인지 아닌지를 구별해 낼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평가 툴(도구)이 없다. 교과부 안에 자기주도학습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다 보니 '사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자기주도학습자'라는 이상한 공식까지 성립한 상태다. 교과부는 독서기록, 학습계획 등을 살펴보겠다는 원론 정도만 밝히고 세부적인 부분은 매뉴얼을 통해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자기주도학습의 이론이나 방법론보다는 사교육 도움을 받았느냐 안받았느냐를 구별하는데 방점이 찍힌 것이 사실"이라며 "자기주도학습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앞으로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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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따로따로…연결고리 없어= 이런 사정으로 시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추진해 온 자기주도학습 사업과 교과부의 '자기주도학습 전형'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학교에 적용시키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의 주입식 암기교육으로는 사교육비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자기관리, 심력, 지력, 체력, 인간관계 등 5가지 영역에 걸쳐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교육청은 자기주도학습 정착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보고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교사·학부모 연수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2008년 3억2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한 서울시는 자기주도학습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지난해 12억7000만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에는 예산을 15억원으로 늘렸다.
이용식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반추하고 기획하며 점검하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이 일선 교육현장에 조용하면서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내년에는 이를 더욱 확대, 강화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혼란 막으려면 정부가 나서야"◇ =교과부에 비해 시교육청은 보다 근본적으로 자기주도학습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매뉴얼이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시교육청은 이달 중 자기주도학습 사업과 관련한 종합결과보고서와 함께 '자기주도학습 능력 신장 프로그램 활용 길라잡이'라는 안내책자를 발간할 계획이다. 길라잡이 책자는 그 동안 시교육청이 실시해 온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에 대한 노하우가 담긴 공식 학교보급 자료다. 자기주도학습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판수 숭실대 교수와 원동연 박사가 주요 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길라잡이가 공신력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기주도학습 역사가 짧다 보니 전문가가 부족하고, 때문에 관련 이론도 제각각이다. 교육업체들마다 독자적인 자기주도학습 이론을 내세우며 '최고의 교육효과'를 장담하고 있지만 제약회사의 임상실험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검증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교과부가 관련 매뉴얼을 만들면서 어떤 전문가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교육청 매뉴얼과 전혀 딴판의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 전문가인 고봉익 TMD교육그룹 대표는 "자기주도학습자를 제대로 판별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학생 표본을 통해 공신력 있는 측정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왕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도입키로 한 만큼 정부가 검증, 조율에 나서서 업계 혼란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