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외국어고 체면이 말이 아니다. 서울시내 6개 외고의 2011학년도 입학 경쟁률은 평균 1.3대 1로 지난해(3.1대 1)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자율형사립고는 추가모집에서도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외고 경쟁률 하락에 대해선 이런저런 분석이 나온다. '올해부터 영어 내신으로만 뽑도록 선발방식이 바뀌면서 지원 대상이 크게 줄었다' '자율고가 대거 생기면서 지원자가 분산됐다' '내신 불리를 우려한 학부모들이 외면했다'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하는 원인은 '내신불리'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능 영향력을 줄이는 대신 내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시정책을 몰아가고 있다. 그래야 학교수업이 정상화되고 사교육비도 줄어들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 판단은 매우 정확하지만 한가지 난제가 있다. 대학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
실제 대학들은 정부가 내신을 강화할 때마다 논술, 면접 등등을 내세워 무력화시켰고 일부 대학의 경우 '특목고 입도선매'를 입학전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다행히 최근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숙명여대, 이화여대에 이어 연세대가 공교육 정상화 방향으로 입시전형을 발표했다. KAIST, 포스텍 등 공교육 정상화에 관심을 갖는 대학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특목고 입도선매 전형'이 흔들리니 학부모들은 '내신불리'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이 외고 보낼 절호의 찬스'라는 입시전문가들도 있다. '정부의 실패'를 확신하는 이들로 지금까지는 거의 100% 성공해 왔다. 만약 정부가 '미달 사태 책임론'에 떠밀려 외고 전형을 과거 방식으로 회귀시킨다면 이들은 다시 한 번 성공할 것이다.
사실 자율고 미달은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 대학과 고교의 '성적우수자 입도선매'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 뿐이다. 자율고 지정만 되면 알아서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릴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했던 교장들은 이제 '마케팅'이 무엇인지 공부하기 시작할 것이다.
명문대에 몇 명을 보냈느냐는 잣대만 들이밀면 실험·탐구·토론 수업, 지·덕·체가 조화된 교육,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창의인성 교육은 영원히 요원할 수밖에 없다. 자율고 미달을 계기로 우리 학교들이 마케팅의 핵심을 어디에 둬야할 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