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카이스트 사태' 한예종이 말하는 '한예종의 현실'

'제2의 카이스트 사태' 한예종이 말하는 '한예종의 현실'

뉴스1 제공
2011.10.12 19:45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News1 한재호 기자
News1 한재호 기자

국가적 차원에서 예술영재를 길러 대한민국의 문화발전 사업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1991년 문을 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ㆍ총장 박종원)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한예종은 영상원, 미술원, 전통예술원, 연극원, 음악원, 무용원 등 6개원으로 구성돼 실제 문화ㆍ예술계의 우수 문화콘텐츠들을 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학교 내부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쌓여있다.

최근에는 5개월동안 4명의 학생이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제2의 카이스트' 사태라고까지 표현하며 주목하고 있다.

한예종은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등을 주축으로 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학생들의 자살원인에 대한 추측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예술가는 배고프다?

A씨는 현재 미술원 조형과 4학년이다. 조형과는 미술원내에서도 순수예술을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들이 입학 때부터 '순수작가'의 길을 선택하려고 한다.

졸업과 동시에 많은 돈을 벌수 있는 대기업에 취업한다거나 상업적인 작가가 되는 게목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청년실업률 문제는 문화ㆍ예술계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취업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학내에도 번지고 있어 고민이 된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손지훈 미술원 학생회장은 "학교나 교수님들의 경우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것이 아닌 정보공유나 여러 사회단체 등을 통해 학교에 잡 페어(job pair)같은 행사를 유치하면 예술인은 반드시 배고파야 하는 인식도 없어지고 학생들도 만족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을 초청하는 홈커밍데이를 통해 생계에 대한 노하우 방안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며 "문화예술인 지원법이 아직도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것처럼 문화예술에 대한 척박한 정부지원 환경이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News1 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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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공(共)동체 아닌 공(空)동체', 개강총회ㆍ오티ㆍ엠티는 남의 일

손지훈학생회장은 "한예종은 워낙 다양한 분류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다보니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도 있고 단체작업보다는 개인이 혼자 고민하고 탐구하는 시간이 많다"며 "때문에 일반대학처럼 개강총회나 엠티에 참여하는 것은 일부 학생"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의 개인차가 존재하겠지만 한예종의 전반적인 학교 분위기는 어느 정도 '개인화' 성향을 얘기하는 부분이다.

손지훈 학생회장은 "(미술원 조형과의 경우) 일단 1학년부터 파운데이션과정이 있어 과제에 바쁘고 학생들에게 남들의 작품을 비평하려는 습관이 들어 학생들 유대관계에 있어 남의 문제를 잠시 떨어져 분석하려는 성향이 커지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12일 오후에 열린 '학내 현안 진단 공개토론회'에 참석한황지우 전 총장은 "최근 학생들 자살사고와 관련해 교수들은 수업이 끝나면 강의실을 바로 떠나버리고 학생들 얼굴에는 전체적인 우울증이 만연해 있다"며 "이런 일을 계기로 새롭게 한예종이 출발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히 이렇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권이 회복되고 우리와 직속관계인 문화관광부나 학교, 교수협의회 등이 뭉쳐 얘기를 나눠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지훈 학생회장은 "학생들 인식이 정말 변해야 한다"며 "교수님과 학생들 관계도 정이 있고 고민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대감이 형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News1 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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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지나친 경쟁?

한예종은 현재 석관동 캠퍼스와 서초동 캠퍼스로 나뉘어져 있다. 석관동 캠퍼스에는 영상원, 미술원, 연극원, 전통예술원 등으로 구성돼 있고 서초동에서는 무용원과 음악원이있다.

무용원과 음악원은 세계적인 콩쿨이나 대회에 나가서 많은 수상을 하고 한예종의 대ㆍ내외적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있다.

실제 서초동 캠퍼스의 무용원, 음악원 등 학생들이 거둔 성과가 석관동 캠퍼스에서 대형 현수막으로 제작돼 버젓이 걸려 그들의 성과가 크게 보도된다.

영상원에 재학중인 A씨는 "영상원이나 연극원의 경우 연륜이나 경험을 쌓아 나이가 들었을때 작품을 통해 빛을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음악원이나 무용원 학생들의 경우 지금 전성기를 달리는 시점에서 그들이 수상하는 부분만이 부각되고 비교돼서 조금은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김채현 무용이론과 교수는 "한예종의 발전척도를 평가할 때 외부평가로는 외국 콩쿨이나 대회의 성과위주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번 학생들 자살문제가 이런 '성과위주'의 한부분으로 다가가 다른 학생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이어 "수상실적을 대형 현수막으로 내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상대적으로 아픔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한예종을 평가하는 데 있어 외부평가 실적 부분을 이제는 좀 다른 방향으로 진행시켜야 되지 않는가 고려해 볼 시기"라고 전했다.

윤상정 총학생회장은"예술이란 것은 각자 투입한 결과물의 형태가 다를 수 있는데 정부나 학교는 콩쿨의 실적이나 성과를 강요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부분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다른 과 학생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는 위험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한예종은12일 '학내 현안을 개괄적으로 진단하고 미래 비전 창출을 위한 현안 토론회'를 석관동 캠퍼스 영상원에서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내 현안에 대한 개괄적 진단, 최근 학교 내 영상원과 미술원 학생들의 잇단 자살사고 등에 대해 전규찬 방송영상과 교수의 '자살에 관한 보고서의 짧은 프로포절'이 진행됐다.

전 교수는 "한국사회의 청년자살문제에 대해 다 같이 생각해보자는 입장에서 보고서를 준비했다"며 "이제껏 한국사회는 자살에 대해 침묵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침묵은 또 다른 자살을 방조한다"고 말했다.

또"더 이상 자살에 대해 덮어두려 하지 말고 자살에 대해 공론화시켜 이야기하는 것이 자살예방을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총학생회 비대위는 △학생지원센터 지원강화 △학생들간 교류강화 면학분위기 조성 △공동체 작업 배치 △새로운 예술교육방법 필요성 등을 제시했다.

윤상정 총학생회장은 "사회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팽배해지면서 학생들 사이가 경쟁구도로만 변해가고 있다"며 "예전만 해도 대안학교처럼 자유롭게 토론, 비평하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이제는 개인작업에만 몰두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정신적으로 지치는 부분이 많이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위주 교육방법은 남는 것이 없기에 학생들도 반성하고 있다"며 "사회적 목소리에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생각도 해보고 9ㆍ29 반값등록금 문화제와 같은사회참여를 통해 학생들간 교류확대를 강화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황지우 전 총장은 "우리의구시대적인 교수방법이 어느 정도 학생들의 죽음과 연결돼 있는 부분이 있다"며 "경쟁보다는 '공유가능한 창의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수업방식을 위해 교수협의회가 노력해야 하고 교수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공개토론회에 일부 교수들만 참여한 데 대해토론회에 참석한 한 여학생은 "학교와 교수협의회 측이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10일 구성된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날 내놓은 안건에는 △상담실 확충 △'생명사랑' 특강 개최 △교수의 멘토링 방법 교육 △'현대인의 정신건강 수업' 확충 △상담 면담표 적극 활용 △외부 자살예방센터 교육 확대 △학생지원센터 설립 등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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