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음 무겁게 하는 '정치'

[기자수첩] 마음 무겁게 하는 '정치'

최석환 기자
2011.10.14 06:00

지난 12일 서울시의회에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상임위원회(교통위원회)에서 의결한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이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것이다.

통상적으로 상임위의 결정을 존중하는 의회의 관행으로 볼 때 이같은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시의회의 한 관계자가 "솔직히 말이 안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교통위는 서울시가 제출한 '대중교통 운임범위 조정에 대한 의견 청취안' 중 기본요금 '200원 인상안'과 '150원 인상안' 중 후자를 선택해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운송적자가 눈덩이처럼 증가하는 시점에서 더 이상 운임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상황이 뒤집혔다. 이유가 뭘까. 시의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 집행부가 오는 26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서민생활과 직결된 버스·지하철요금 인상안을 처리하는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시의회 한나라당협의회측은 즉각 반발했다. 김진수 대표의원은 "이번 일은 전적으로 허광태 시의회 의장의 독단 때문"이라며 "의장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 중앙당 지도부가 시의회 지도부에게 대중교통 요금안 통과에 반대하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들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이행자 의원도 "정당한 사유없이 상임위에서 의결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것은 의장의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허 의장은 앞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개표 없이 끝난 직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시정을 농단하는 일이 재발돼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에 시정이 휘둘려선 안된다는 소신을 강조한 얘기다.

그러나 당장 4000억원에 달하는 버스와 지하철 업체의 적자를 해소할 방안이 묘연해졌다. "시민의 세금으로 손실을 메울 수밖에 없는데 참으로 걱정된다"는 서울시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게다가 환승체계가 연결된 서울시와 맞춰 이미 요금을 200원 인상한 인천시와 경기도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가는 자신이 주인공이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을 이용한다"는 니체의 말이 마음을 무겁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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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산업1부장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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