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cm-38kg女, 알콜중독 아버지 때문에 결국…

165cm-38kg女, 알콜중독 아버지 때문에 결국…

백진엽 기자
2012.03.19 09:30

[인터뷰]'중독과의 전쟁 20여년' 조현섭 한국중독전문가협회 신임 회장

"대학원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들어가 충격적인 증상을 가진 분을 만났어요. 젊은 여성이었는데 빨강색만 보면 살해의 충동을 느낀다고 하더라구요. 또 다른 한 분은 키는 165cm인데 몸무게가 38kg에 불과할 정도로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한 여성분도 있었어요. 두 분의 공통점은 아버지가 알콜중독자였다는 점이에요."

지난 17일 서울대 간호대학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중독전문가협회 제8대 회장 취임식. 이 자리에서 8대 회장으로 취임한 조현섭 회장(사진)은 중독분야에 종사하게 된 이유를 묻자 사회생활 초기 만났던 두명의 여성을 떠올렸다.

조 회장은 "평소에 제 주변에서 술 마시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살았던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다"며 "그래서 중독분야에 관심을 갖고서 중독자들과 그 가족들을 만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충격'으로 인해 시작한 중독 치유의 길이 20년이 넘었고, 그동안 조 회장의 이름 앞에는 '중독 전문가'라는 수식이 붙었다. 여러 단체에서 중독자들과 그 가족들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 시간을 보냈고, 중학교 교과서에 중독관련 단원을 집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길이 쉽지는 않았다. 그는 "20여년전만 하더라도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기관이라야 병원에 감금하고 술이 깨면 퇴원시키는 정도"라며 "퇴원 후 곧바로 재발되는 것을 보면서 늘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중독자를 치료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로 이직했다"며 "처음에는 상담 형태로 진행했지만 이는 한계가 있어서 거주프로그램(공동체 생활)을 정착시키는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역시 난관에 부딪혔다. "지역사회에서 반발이 심했다"며 "결국 지역주민들께는 죄송하지만, 연구소 숙소라고 거짓말을 하고 마포구에 장소를 마련했다"라고 전했다. 물론 이후에도 주민들의 시선, 중독자들과의 갈등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조 회장은 "중독의 문제는 개인과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국가의 문제"라며 "개인적으로는 각종 신체·정신적인 질환을 유발하고, 사회적으로는 가족을 붕괴시키고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여러 연구기관에서 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수백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에 그는 "요즈음 소외된 이웃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중독자는 제외된 것 같다"며 "중독자와 그 가족들 또한 그 누구보다도 소외되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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