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임정환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대전·충남 총선공약 실천본부 출범식 이후 대전 중구 문창 재래시장을 찾아 서민 바닥경기를 체험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오찬식당에서 1.8㎞쯤 떨어진 문창 재래시장을 방문했다.문창시장 입구는 비가 오는 중에도 박 위원장이 도착하기 전부터 몰려나온 구경꾼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시장 입구에 문을 연 가게 주인들은 “박 위원장을 가까이서 보려는 사람들 때문에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질 못하고 있다”며 애교 섞인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다.문창시장 반대편 입구에는 박 위원장 얼굴이 찍힌 우산을 높이 쳐들고 박 위원장 도착을 기다리는 팬까지 등장했다.
박 위원장이 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이후로는 박 위원장을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때문에 문창 시장이 떠나갈 정도였다. 대략 600~700m 거리의 비가림막이 쳐진 문창시장 통로는 몰려든 취재진과 상인, 손님들로 메워져 걷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북적였다.
박 위원장은 군데군데 상점 앞에 멈춰 서서 상인들과 짧은 담소를 나누거나 가게주인이 건네는 음식을 먹으며 쇄도하는 사인요청에 응했다.
문창시장 상인들은 사전에 새누리당에서 준비한 박 위원장 얼굴 사진 밑으로 ‘문창시장 상인들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A4 용지를 흔들며 박 위원장에게 사인을 요청했고, 박 위원장은 이에 응하며 때로는 즉석에서 시민과 자세를 취하고 사진촬영을 했다.
그러나 이날 박 위원장의 문창시장 방문은 서민들의 밑바닥 경제사정을 살핀다는 민생투어 본연의 의도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처럼 보였다.
박 위원장이 도착하기 전 만나본 상인들은 “재래시장 경기가 너무 안 좋다”며 “대형마트가 강제 휴무에 들어가면 마치 재래시장이 손님으로 넘쳐날 것처럼 말하는데 한 달에 고작 한두 번 쉰다고 손님이 전부 재래시장으로 몰리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손님이 뜸하여서 물건 값을 무작정 낮추기도 어렵다”며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손님이 없으니 박리다매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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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재래시장 살리기 묘책은 딱히 없는 것 같다”며 “박 위원장이라고 특별한 해법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우선 만나면 서민경제를 살려달라고, 먹고 살게 해달라고 하소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박 위원장이 문창시장에서 잠깐씩 머물며 대화를 나눈 상인들은 김씨와는 다른 말을 박 위원장에게 전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30대 상인은 시장 상황이 어떠냐는 박 위원장 질문에 “시장이 잘 되고 있다”며 시식음식을 건넸다.이에 박 위원장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며 “젊은 분이 (재래시장에서) 장사하니 재래시장이 살아나겠다”고 화답했다.
또 다른 상인은 “정부에서 고생해 준 덕분에 비가림막도 설치돼 비를 맞지 않고 장사를 한다”며 “재래시장을 위해 여러분이 애써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도착하기 전에 박 위원장을 만나면 “서민경제를 살려달라”고 요청하겠다던 상인들은 온데간데없고, 비가림막 설치 등 시설현대화로 시장이 잘 되고 있다는 말들만 쏟아져나온 셈이다.
여기에는 박 위원장의 인기와 함께 박 위원장이 떠난 후 삼삼오오 지역 새누리당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위 ‘아줌마 부대’와 연신 ‘국민 누나’를 외치며 시장 분위기를 달군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이 떠난 후 비가림막이 설치되지 않은 바로 옆 통로의 방앗간을 찾은 기자에게 주인과 손님들은 “박 위원장이 온 줄도 몰랐다”며 “박 위원장을 만났으면 먹고 살기 팍팍하니 침체된 서민경제를 살려달라고 주문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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