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甲)님들(국회의원)이 저러고 계시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민주당의 천막당사를 보면서 서울시 한 관계자가 털어놓은 속내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의 근거지로 서울광장을 무단 점거한 기간은 60일이나 됐다. 실제로 민주당 천막당사는 국가정보원에 대한 철저한 국정조사와 개혁을 요구하며 서울광장 서쪽 서울도서관 입구쪽을 차지하고 있다.
광장을 사용하려면 서울시에 5~90일 이전에 신고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신고도 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는 민주당에 변상금 600여만원을 부과해 300만원 가량을 받았다.
그러나 여야관계가 좀처럼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민주당 천막당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천막당사가 사라질 때까지 변상금을 계속 부과하겠다는 것이 시의 방침이지만 서울광장은 이미 무단점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당을 따라 정의당은 지난달 22일부터 서울광장 동쪽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해 무기한 농성중이다.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도 이달 초부터 분수대 옆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시민들의 공간이어야 할 광장이 정치의 장으로 변질된 셈이다.
그러다보니 시민들의 불편은 간과되고 있다. 민주당 천막당사에서 행사가 있을 때면 당직자는 물론 경찰과 보행자 등이 한데 뭉쳐 혼란이 생기는 일이 다반사다. 국회 마크를 달고 있는 차량 등의 불법 주정차로 주변 교통 흐름 역시 원활치 못한 게 사실이다. 정치적 찬반을 떠나 천막당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은 이유다.
서울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변상금은 부과했지만 무단점거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엔 묵묵부답이다. "시민을 항상 먼저 생각한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이기에 더욱 아쉽다.
10월에는 서울을 대표하는 하이서울페스티벌 등 갖가지 축제들이 서울광장을 비롯해 곳곳에서 열린다. "여야관계가 잘 풀려 원만히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하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미온적인 태도가 바뀔 때가 됐다는 얘기다. 서울시 공무원이 국회의원이 아니라 서울시민을 진정한 갑으로 생각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