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집들이 행사도 제한
"이웃들과 정(情)을 나눌 수 없어 아쉽죠."
서울 은평뉴타운으로 공관 이전을 앞두고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이다. 새로 이사를 가도 이웃들에게 떡을 돌릴 수 없는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혜화동 공관 입주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시장이 새로 왔는데 이사 떡이 없어 섭섭해 한 주민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박 시장은 지난 13일 혜화동 공관을 떠나 은평뉴타운 우물골 7단지에 있는 전용면적 167㎡의 복층 구조 아파트(2010년 준공)로 거처를 옮겼지만 이웃들에게 이사 떡을 돌리진 못했다.
박 시장이 이웃들에게 떡을 대접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기부와 관련된 공직선거법(이하 공선법) 규정 때문이다. 공선법 113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그 배우자는 해당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박 시장이 이웃에게 이사 떡을 돌리는 것은 기부행위에 해당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지인들을 초대한 뒤 손수 장만한 음식으로 집들이 행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지인들이 각자 비용을 부담해 음식을 먹는 경우는 제외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사 떡 제공 외에도 주례나 시민들에게 표창 수여 시 부상을 주는 것도 공선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연시에 경로당이나 노인정에 과일 등을 보내거나 설날과 같은 명절에 귀향·귀성버스를 마련해주는 것도 기부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금지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박 시장은 새로운 시장 공관이 마련될 때까지 1년간 전세(2억8200만원)로 은평뉴타운 임시공관에 머물 예정이다. 박 시장이 혜화동 공관을 비워준 이유는 한양도성 보수·복원을 위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독주택 형태의 새로운 시장 공관을 계속 물색할 것"이라며 "기존 혜화동 공관청사는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한양도성 보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혜화동 공관은 일제시대인 1940년 건축된 목조 건물로 대법관 공관으로 쓰였으며 1980년 9월부터 서울시장 공관으로 활용돼왔다. 시는 당초 종로구 가회동 백인제(白麟濟) 가옥으로 시장 공관을 옮기려 했지만 문화재 훼손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 5월 공관활용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