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 문용린 교육감님 사진을…" 北닮은 서울교육청

[기자수첩]"우리 문용린 교육감님 사진을…" 北닮은 서울교육청

최우영 기자
2013.12.18 17:17

"우리 문용린 교육감님 사진을 함부로 쓰면 어떻게 합니까? 당장 내려요. 이따 말고 지금 당장"

북한에서 걸려온 전화인 줄 알았다. 지난 17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보던 '최고존엄 훼손'에 대한 분노는 남과 북이 다르지 않았다.

머니투데이는 18일 일부 사립 유치원 및 어린이집들이 최고 18만원에 이르는 졸업앨범으로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기사 바로가기) 문제의 발단은 사진이었다. 문 교육감이 유치원 교사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는 모습을 먼 거리에서 담은 사진 한장이 기사에 포함된 것이었다. 너무 멀어 문 교육감은 얼굴조차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구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머니투데이 본사에는 서울시교육청 장학사와 유치원 교사, 독자라고 자칭하는 이들의 거친 항의 전화가 10차례 가까이 걸려왔다. 이들의 주된 주장은 "우리 문용린 교육감님 사진을 쓰면 어떻게 하냐. 당장 내려라"는 것이었다. 한 남성은 "사실 나는 변호사인데 당신들을 고소하려고 한다"며 겁박한 뒤 "고소하기 전에 문용린 교육감님 사진을 내리라고 알려주려고 한다"는 말도 했다. 장학사, 유치원 교사, 독자라고 한 이들 모두 '교육감님'의 사진 삭제를 요구했다.

문 교육감이 직접 이들에게 지시해 "내 사진을 삭제할 때까지 항의전화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육부 장관까지 지내고 서울시 교육감으로 재직하며 존경받는 공인으로서 '교육자 외길'을 걸어온 문 교육감이 자신의 관리·감독 대상인 일부 유치원들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에 대해 사진만 문제 삼았을 리 만무하다.

문 교육감의 지시 없이 장학사가 언성을 높이며 약 1분 간격으로 잇따라 '사진 삭제'를 요구하는 전화를 수차례 걸 정도면 이는 '과잉충성'을 의심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교육감에게 전해 올바른 정책 수립을 도와야 할 장학사와 유치원 교사들이 문제의 본질인 고가의 유치원 졸업앨범 대신 교육감 사진만 거론하며 삭제하라고 언론사를 겁박하는 게 과연 교육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