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할인된 가격으로 장기대관한 뒤 재대관… "부르는 게 값"

서울 시내 초·중·고교의 체육시설을 할인된 가격으로 장기간 대관한 뒤, 가격을 올려 체육동호회에 다시 빌려주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는 업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체육동호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몇몇 개인사업자들이 특정 학교의 운동장, 체육관 등 체육시설을 독점 대관한 뒤, 체육동호회에 개별적인 연락을 취해 체육시설을 재대관 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동호회 회원들로부터 일명 '업자'로 불리고 있다.
농구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생활체육 관련 커뮤니티에 특정 지역의 체육관 대여를 원한다는 글을 올리면 업자로부터 연락이 온다"며 "업자 1명이 여러 학교의 체육시설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런 업자들과 맺은 장기 계약은 파기되는 경우가 많다"며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동호회가 나타나면 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업자들은 생활체육 관련 커뮤니티 또는 지인을 통해 대관을 원하는 체육동호회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농구동호회 카페에는 "장기 대관(재대관)을 원하면 연락 달라"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업자들은 관련 조례에 규정된 대관료 감면 조항을 악용해 재대관을 통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서울학교 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생활체육을 위한 학교시설 대관료는 △일반교실, 시간당 1만원(1실) △체육관, 시간당 6000원(90㎡당) △일반 운동장, 시간당 2만원 △잔디 운동장, 시간당 4만원 △수영장·농구장·테니스장 등은 학교장 결정 등으로 규정돼 있다.
다만 조례는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단체가 평생교육 또는 생활체육활동 등으로 6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대관료의 100분의 70~80을 감면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업자들은 이 조항을 악용하고 있다. 직접 또는 대리인을 내세워 감면된 가격에 장기 계약을 맺은 뒤, 가격을 올려 다시 빌려주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이다.
업자들은 조례에 규정된 대관료만 받아도 투자금의 2~4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체육동호회들이 만성적인 체육시설 부족을 호소하는 점을 고려하면, 업자들은 실제로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축구동호회에서 활동하는 B씨는 "여러 팀이 몰리는 잔디 운동장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며 "조례로 규정된 금액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교 관계자들과 연관된 업자들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취하는 폭리도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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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회성 재대관이 아닌 장기 대관 자체를 넘기는 재대관의 경우 해당 학교에서 대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사용료 기준도 조례상 규정돼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체육시설 대관은 단위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재대관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위법행위를 적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관련 조례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시교육청은 체육시설 대관 관련 실태조사를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체육시설 개방 여부는 단위학교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단위학교의 체육시설 대관료에 대해 따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시설 사용 활성화를 위해 시교육청이 지난해 7월 개통한 '학교시설 사용 유무선 예약시스템(crs.sen.go.kr)'은 관리 소홀 탓에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시설 및 계약 관련 정보가 갱신되지 않거나, 대관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학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해당 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지만, 관리자의 답변은 단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