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발생한 경기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는 용접불똥이 LNG(액화천연가스)로 옮겨 붙으며 순식간에 대형화재로 번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방화셔터와 스프링쿨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자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화재가 30여분만에 진화됐지만 연기 질식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건물 가운데 정원이 있는 대형쇼핑몰의 구조 형태가 이번 사고와 같은 연기 화재의 피해를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불이야' 10초만에 대형화재로 번졌다.."
26일 오전 9시2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지하 1층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중상자 5명을 포함해 4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건물 안팎에 있던 700여명이 대피했고 소방 및 경찰 등 435명, 소방차 55대, 구급차 20대 등이 출동해 화재는 오전 9시29분에 완전히 진압됐다.
화재 목격자들 사이에선 화재가 발생하고 순식간에 지하 1층이 연기로 가득 찼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근로자 A씨는 "'불이야'라는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 봤는데 천장에 불이 1제곱미터(㎡)크기로 타고 있었다"며 "10초 정도 소화기를 찾다 다시 뒤를 돌아 봤는데 불이 천장 전체에 번져 있고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지하 1층에서 작업을 한 다른 근로자 B씨는 "불이 난 곳에서 1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8시50분을 넘긴 시점에서 연기가 밀고 들어와 반대편으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가스 배관을 용접하던 도중에 불꽃이 LNG에 옮겨 붙어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방화셔터·스프링쿨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 안 해"
사고 당시 스프링쿨러와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상 2층에서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도 이런 방화시설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재 발생 시간은 30분이 채 안되지만 지하 1층에서 1명, 지상 2층에서 5명의 사망자가 발견되는 등 피해가 컸다. 방화셔터는 화재시 불과 연기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설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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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석 일산소방서장은 이날 사고 브리핑에서 "지상1층의 방화셔터는 제대로 작동 했지만 지하 1층에서 지상층으로 막는 방화셔터는 제대로 작동을 안했다"며 "공사 중이라 작동이 안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프링쿨러가 작동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소방당국은 공사 편의를 위해 잠가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1층에서 골조 작업을 하고 있던 B씨는 "스프링쿨러가 터진 것은 보지 못했다"며 "대피 안내 방송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동현 한국화재소방학회 교수는 "사람들이 볼 때는 화재가 아닌데 감지기가 봤을 때는 화재인 상황이 많다"며 "그런 불편함 때문에 감지기를 비동작으로 해놔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대형쇼핑몰 중정구조, 화재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난 고양버스터미널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대형쇼핑몰 역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중앙정원은 제연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고층 빌딩의 경우 화재가 나면 높은 층이 더 위험하다"며 "에스컬레이터나 엘레베이터는 연기가 위로 올라가는 굴뚝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층간 방화구획을 설정해 화재가 나면 에스컬레이터를 덮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종호 한국화재소방학회 교수는 "연기가 수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을 아예 다른 곳과 차단을 시켜야 한다"며 "큰 규모의 백화점 같은 곳에서는 화재가 나면 에스컬레이터 주변을 막는 방화벽을 작동시키는데 이번 경우는 어떤 이유로 연기가 위층까지 퍼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