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고 촬영만 하라는 서울교육감 후보들

입 닫고 촬영만 하라는 서울교육감 후보들

서진욱 기자
2014.06.26 16:03

[기자수첩]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섰던 고승덕 변호사와 문용린 서울교육감, 조희연 당선인이 한 자리에 모여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이들은 26일 오후 시교육청 기자실에서 "서울교육 발전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선거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털어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들은 선거과정에서 유례없는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쳤다. 자신의 공약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후보들 간 고발이 난무하면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는 '막판까지 진흙탕싸움'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문 교육감은 공작정치설을 제기한 고 후보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고 변호사는 '단일후보'라는 명칭을 사용한 문 교육감과 조 당선인에 대한 조사를 서울선관위에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선관위는 문 교육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조 당선인 역시 장남의 병역문제와 경기동부연합 연루설 등을 제기한 고 변호사에 대한 조사를 서울선관위에 의뢰했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발 및 조사 요구를 취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고 변호사와 문 교육감, 조 당선인 모두 기자들의 질문은 일체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250여자에 불과한 기자회견문에도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채 10분도 진행되지 않은 기자회견은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은 모습을 촬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화합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기쁘다", "오늘 이 자리가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등의 소감을 밝혔지만, 시민들이 같은 생각을 해줄 진 의문이다. 선거과정에서 벌였던 행태에 대한 자기반성 없이 악수 한 번으로 모든 논란을 정리하겠다는 건 오만한 태도다. 과거 법적 조치에 대한 언급 없이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겠다는 행태를 보면 진정한 의미의 화해인지도 의심스럽다. 서울선관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거과정에서 조사를 요구했던 내용을 취하해 달라는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 출마했던 고 변호사와 문 교육감, 조 당선인은 서울교육을 이끄는 교육감이라는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유권자들 앞에 나선 것이다. 사진만 찍고 떠나는 이들의 모습에서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개인적인 회포가 있다면 사적인 자리에서 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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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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