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유학기제에 꼭 필요한 것들

[기고] 자유학기제에 꼭 필요한 것들

김윤정 한국과학창의재단 미래창의인재단장
2014.08.06 08:11

지난해 서점가에 '행복'을 주제로 한 책들이 '힐링'을 갈구하는 책들을 밀어내며 여기저기 '행복' 열풍이 불었다. 이는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비전에 많은 공감과 기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국민 전체를 충격에 빠트리고 집단우울증에 걸리게 한 '세월호 참사' 이래, '행복'이란 찬란한 비전은 슬픔과 분노, 불신의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우며 아프고 상처받은 국민들의 감정을 '힐링'하고 '경제 혁신'을 통해 잃어버린 행복의 동력을 찾으려 하고 있다. 과연 '국민행복'을 위한 '꿈과 끼', '희망'은 조만간 다시 피어날 것인가.

얼마 전 행복의 기원을 찾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 글에서 주목하는 내용은 '불행'을 줄인다고 '행복'해질 수 없다는 긍정·부정 정서의 독립성 주장이다. 찬물(불행)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잠근다고 뜨거운 물이 되지 않듯이 행복이라는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온수를 틀어야 한다는 것이 정신병리를 다룬 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비정상의 정상화'는 찬물을 잠그는 조치이고, 이와 별개로 행복을 위한 근본적인 요소를 보강해 주고 행복의 비전이 중요 정책들에 폭포수 흐르듯 넘쳐 내려 진전을 이루는 조치들이 별개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그럼 행복의 핵심 요소는 무엇이고 어떤 대책이 꼭 필요한 것인가. 필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한 행복의 요소를 모아 분석해 보았다. 즉자적이고 중독성 있는 행복이 아닌 최상의 지속가능한 행복의 핵심은 '자아실현'과 '(사회적)관계'였다. 물론 즐거움, 몰입, 의미발견, 자율성 등 비슷한 맥락의 많은 요소들이 학자들에 의해 제시되곤 했지만 지고지선의 행복에 가장 많이 공통적으로 제시된 것은 이 두 가지였다. 그렇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단기적 처방으로는 불가한 것 아닌가.

자아실현도 관계 증진도 배움과 연마, 의미 있는 관계 맺기 등 여러 시도와 성찰의 과정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정서가 습관처럼 몸에 배게 하고, 부정적인 정서에 위협받을 때 나를 지지해주는 의미 있는 사람들을 만드는 과정을 거칠 때 행복이 빈번히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행복 교육'이 중요하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한 알고 싶은 것을 배우고, 자신에게 최고의 기쁨을 가져다줄 재능과 능력을 연마해야 한다"는 버틀란트 러셀의 말에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라는 존 듀이의 명제를 연결해 보면 결국 교육이야말로 궁극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한 삶의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무수히 많은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하면서도 자발적으로 선택한 시도와 경험들을 통해 우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갈 수 있다. 나아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타인과 공유하며 끊임없이 유대감과 신뢰를 쌓는 와중에 행복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교육공약 중 하나인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키워가기 위해 다양한 수업과 체험활동을 해보는 의미 있는 시도이다. 하지만 최근 자유학기제 도입 학교가 급격히 늘어나며 다양한 체험이 자유학기제의 목표인 듯 되어가는 현상을 보며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성공적인 결과를 좇는 것보다 행복한 생활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소냐 류보머스 교수의 연구는 행복교육과 자유학기제에도 주는 시사점이 크다. 조급함에 쫓긴 맹목적인 성과위주 정책 추진에는 수단이 목표가 돼 무얼 위해 이것을 하는지를 잊게 한다.

학생의 흥과 의욕을 북돋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 스스로가 자아탐구 계획을 세우고 비슷한 흥미를 가진 아이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현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세상을 교실삼아 의미를 발견하고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면 이 불확실성의 시대, 급변하는 사회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가치창출자이자 행복한 인재로 커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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